‘쓰리박’, 개그 집착 않는 예능이라는 새로운 도전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MBC 새 예능 <쓰리박: 두 번째 심장>(이하 <쓰리박>)은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우선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을 한 프로그램 안에 모아 놓을 수 있다는 것부터 신기하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이 활발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존재감이 레전드들 중에서도 지존급이라 왠지 이들을 한 프로그램에 담기에는 너무 크고 넘치는 느낌이 있어 그렇다.

또 신기한 점은 분명 예능 프로그램인데 웃기려 애쓰지 않는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 예능인이 아닌 스포츠 스타, 기업인, 정치가 등이 나오는 경우 개그가 뒷선으로 밀리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언제나 웃음에 대한 강박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쓰리박>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시청 소감에는 예능보다 다큐같다는 의견도 많다. 이 프로그램은 존재 자체가 최초이자 최고인 월드클래스 쓰리박이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화려한 역사를 뒤로하고 낯설지만그래서 더 설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자신의 첫 도전이었던 주 종목에서 은퇴한 이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이다.

첫 회에서 박찬호는 프로 골퍼 테스트에, 박지성은 사이클링, 박세리는 요리가 새로운 도전 대상임을 밝혔다. 다만 방송이 시작이다 보니 가정이 있는 박찬호와 박지성은 각각 미국과 제주도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으로 방송 시간 대부분을 채웠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 개인 삶의 배경을 소개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다 보니 더 다큐 같은 느낌이 강했다.

2회에서는 쓰리박 셋이 드디어 함께 화상 대화로 모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제 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1회에 이어 박찬호는 가족과 골프를, 박세리는 요리를 위한 돼지고기 재료 공부하는 시간을, 박지성은 절친한 후배 기성용을 만나 함께 사이클숍을 방문하고 가벼운 라이딩을 가졌는데 역시 예능의 기운은 미약했다.

<쓰리박>은 세 주인공을 예능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향후 방송이 전개되면 또 달라질지 모르지만 2회까지는 그렇다. 예를 들어 1회에서 박지성이 장을 보면서 아내가 부탁한 다진 돼지고기를 다진 소고기로 잘못 사 가도 이를 과장해서 다루지 않고 덤덤하게 잡아낸다. 레전드의 허당끼 있는 모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뽑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2회에는 박지성을 놀리는 기성용을 통해 예능 분위기가 살짝 풍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이 진지한 상황이다. <쓰리박>에서 그나마 뚜렷한 예능적 장치는 자막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웃음에 주력하지 않는다. 장난스러운 색감과 디자인으로 배치되는 <쓰리박>의 자막은 예능스럽지만 이마저도 요즘 연성 다큐멘터리에서는 시도되는 수준이라 특별하다고 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다큐스러운 <쓰리박>에서 재미를 느낀다. 예능인데 심심하다는 불만 의견도 있지만 1회 시청률 4.4%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 중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그가 없는 예능 <쓰리박>을 사람들이 재미있어한다면 그 이유는 주인공 세 명의 스타성이 넘사벽이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 대상의 스타성이 압도적일 경우 특별히 웃음 유발 장치가 없더라도 괜찮다. 잘 알 수 없던 그들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재미만으로도 강한 흡입력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유명하기만 한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이 영웅으로 느끼고 팬심 일색의 반감 없는 쓰리박이기에 그들의 사생활은 더욱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가 크다. 그래서 <쓰리박>의 초반은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이미 사생활도 어느 정도 공개했고 또 기존 예능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드러난 적이 거의 없는 박지성의 사적 영역은 희소가치가 극대화된 상황이라 공개만으로도 시청자들을 강력히 끌어당긴다.

클래스가 다른 스타성은 그 자체로 개그를 대체해 예능에서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는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단발성 프로그램에서는 괜찮지만 시리즈일 경우 감춰졌던 사생활의 공개만으로는 장기간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다. 스타들의 스타급 사생활도 노출이 거듭되고 익숙해지면 잡아끄는 힘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쓰리박>은 주인공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프로그램 자체도 초반 양상은 개그 없는 예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함께 치르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도전을 사생활 공개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시청자들이 익숙해지는 시점부터는 어떻게 끌고 갈지도 궁금한 일이다.

쓰리박이 함께 만나 보여주는 케미 등 재미를 위한 이런저런 다음 대응들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방송에 좀 더 익숙해진 쓰리박의 예능감이 올라와 이들의 개그가 있는 예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쓰리박이 국민들에게 힘이 돼준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그 없는 예능의 앞날에 대한 걱정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쳐다보게 만드는 남다른 힘이 그들에게 있으니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