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는 우리네 19금 드라마의 또 다른 성공사례가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예 19금 드라마를 작정한 듯하다. 그래서였을까.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수위의 끔찍한 장면들과 상황들이 제대로 표현되었다. 머리를 마치 수집하듯 잘라 목 없는 시신을 남겨 헤드헌터라 불리는 연쇄살인마가 캠핑장에서 한 가족을 도륙하는 장면은 역대급이었다. 남자의 목을 자르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죽인 후, 아이까지 살해하는 연쇄살인마라니.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는 첫 회부터 19금을 표방하며 이 드라마가 다룰 수위가 만만찮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물론 살해 장면의 살벌한 수위도 수위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한서준(안재욱)이라는 뇌신경외과 의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연쇄살인마라는 게 드러나기 전까지 이제 만삭의 몸인 성지은(김정난)의 자상한 남편에 세계적인 유전학 박사인 대니얼 리(조재윤)의 둘도 없는 친구처럼 행세했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적으로 탄생하고, 그걸 검사를 통해 99%를 찾아내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는 자신의 여동생 역시 한서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그렇게 남편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성지은이 그 연쇄살인범의 아들을 잉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지 자신 같은 괴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종족번식의 욕망으로 결혼했다는 한서준의 말에 성지은은 절망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낳게 된 아이는 점점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드러낸다. 김강훈이 연기한 이 아이는 새 아빠가 아끼는 물고기들과 반려견을 죽이고, 배다른 동생들마저 위협하더니 결국 새 아빠를 죽이는 괴물로 성장했다.

첫 회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승기가 등장하지도 않은 일종의 밑그림에 해당하지만,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준 안재욱과 그의 핏줄로 태어난 아이 역할을 연기한 김강훈이 꽉 채워준 한 회였다. 특히 아역이지만 도무지 아역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 김강훈의 호연은, 훗날 이 아이가 어떤 인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들어 19금 드라마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이제 더 이상 그리 낯선 드라마가 아니다. JTBC <부부의 세계>19금 드라마로서 무려 28%(닐슨 코리아)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충분한 성인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한 바 있고,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펜트하우스> 역시 마찬가지 19금 드라마의 약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마우스>가 첫 회부터 표방한 19금은 이제 드라마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 수위나 소재에 대한 기대감까지 갖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해 해외의 수위 높은 드라마들이 국내의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가고 있어 이제 우리도 19금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의 도전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19금이어서 가능해진 표현 수위와 소재를 담고 있는 <마우스>가 과연 우리네 19금 드라마의 또 다른 성공사례가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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