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하균·‘마우스’ 이희준, 공통점 1도 없는 베테랑 연기자의 진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마우스>JTBC <괴물>은 똑같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그들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드라마다. 당연히 이런 스릴러물에서 살인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형사다.

범인의 연기는 스릴러물에서 늘 시청자들을 각성시키고 고조시킨다. 반면 스릴러물에서 그 뒤를 쫓는 형사는 시청자와 같이 호흡하는 인물이다. 시청자와 함께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 달리며, 동시에 가슴 아픈 피해자를 볼 때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렇기에 스릴러물에서 범인의 섬뜩한 연기 못지않게 형사의 공감 가는 연기는 꽤 중요하다. 리얼한 형사인 동시에 시청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마우스><괴물>의 주인공 이희준과 신하균은 베테랑 배우답게 형사 연기를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두 배우의 형사 연기에는 공통점은 없다. 이희준 쪽이 흘러가는 물처럼 유려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신하균 쪽은 꿉꿉하고 끈적끈적한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아마 이것은 두 작품의 이야기 전개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스릴러지만 <마우스>는 철저하게 대사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다. 당연히 말이 많다. 반면 <괴물>은 대사 못지않게 섬뜩한 분위기가 빈 여백의 표정들이 중요하다. 그리고 두 배우 모두 그에 합당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희준이 연기하는 <마우스>의 고무치 형사는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었다. 고무치는 그 복수심으로 형사의 꿈을 어렸을 때부터 키웠다. 또한 현재는 다혈질의 형사로 소문이 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뭔가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다혈질 형사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과장되고, 연극적이고, 눈을 부라리는. 하지만 이희준은 굉장히 드라이하면서도 각진 연기로 이런 클리쎄를 다 피해간다. 그 사이에 픽션 속 형사가 아닌 진짜 형사 같은 리얼리티를 집어넣는다.

이희준은 형사의 짜증이나 분노를 극적으로 폭발시키지 않고 좀 더 리얼한 방식으로 편안하게 연기하는 영리한 배우인 것이다. 그럼에도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 형사로서의 날카로움이 드러나야 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을 만들어낼 줄 안다.

특히 <마우스> 4회차에서 오봉이(박주현)에게 봉이 할머니(김영옥)의 시신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은 그의 진가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고무치는 봉이가 할머니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살짝 흰 천을 내려 할머니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다혈질에 냉정한 형사처럼 보이던 고무치는 딱 한 줄기 눈물을 흘린다.

사실 <마우스>는 전형적인 범죄물에 신파가 강한 장면, 또 너무 많은 대사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고무치 역의 이희준이 중심을 잡고 드라마를 끌어가면서 많은 단점들이 가려지는 중이다.

반면 <괴물>의 신하균의 형사 연기는 또 다른 면에서 대단하다. 일단 그가 연기하는 <괴물>의 이동식 자체가 평범한 형사들과는 다르다. 그는 살인마로도 의심을 받고, 또 살인범을 쫓는 형사로도 역할을 한다. 굉장히 복잡한 양면성을 보여줘야 하며, 시청자들과는 밀당까지 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살인마의 느낌과 형사의 느낌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

이 미친 짓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주인공은 모든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 신하균에게는 원래 이런 미묘한 짐승 같은 캐릭터가 최적이었다. 이 배우가 로맨스와 코미디로 외도를 할 때도, 그는 아마 <괴물>의 이동식 같은 캐릭터가 늘 고팠을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의 기대대로 신하균은 <괴물>의 이동식 형사를 통해 연기의 매력을 흠뻑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괴물>에서 신하균은 대사가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주시의 의뭉스러운 사람들, 혹은 한주원(여진구)을 비롯한 형사들과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어떤 감정들을 주고받을 때 느껴지는 섬뜩함이 바로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또한 <괴물>은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는 중반까지 예열 과정이 굉장히 길었던 작품이었다. 중반까지 속 시원한 사건 전개 없이 찜찜한 분위기로만 전개되는 이 드라마에서 신하균의 역할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표정과 눈빛 호흡만으로 실체가 보이지 않는 사건을 따라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우스><괴물>은 사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드라마다. 감당할 수 없는 망드는 대배우가 와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는 드라마는 훌륭한 배우의 연기로 아쉬움을 덮는다. <마우스><괴물>은 형사를 연기하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종종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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