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범인 다 공개된 후에도 남은 4회에 모든 게 달렸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이 기존의 틀을 깬 흐름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괴물>은 가상의 문주시 만양읍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동식(신하균)과 한주원(여진구) 두 경찰의 16부작 스릴러 드라마다. 27일 현재 12회를 마무리한 가운데 드라마를 관통하는 살인사건들의 모든 범인이 밝혀졌다.
범인 찾기가 작품의 뼈대인 스릴러가 범인을 4회나 남기고 다 드러내면 도대체 어떤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괴물>은 이 4회를 통해 어떤 엔딩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비밀의 숲>이나 <동백꽃 필 무렵>처럼 스릴러 걸작의 반열에 도전해 볼만도 하다고 본다.

<괴물>은 매회 반전의 연속이었지만 궁극의 반전은 엔딩 자체인 듯하다. 드라마의 가장 강렬하고 절정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범인을 다 공개한 후 하는 스릴러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기 때문이다.
<괴물>은 12회까지 오는 과정을 통해 이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중 큰 주요 인물들을 드라마 중반부에 가차 없이 극 밖으로 퇴장시키는 패기와, 치밀하고 군더더기 없는 사건 전개로 스릴러의 묘미를 확실히 전하고 있다.
쇼킹한 사건의 발생을 먼저 보여주고 연관된 과거 상황의 단서들을 보여주면서 떡밥을 해소하는 방식을 탄탄하게 반복하면서 스릴러의 참맛을 극대화해왔다. 신하균은 물론 출연자 대부분이 괴물 같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기에 있어 ‘하균신’으로 불리는 신하균은 표정만으로도 스릴러가 달아오르는 압도적이고 입체적인 연기로 <괴물>을 견인중이다. 여진구나 천호진(남상배 역) 같은 유명 배우들은 물론 이규회(강진묵 역) 최대훈(박정제 역) 최성은(유재이 역) 등 신선한 얼굴들도 빈 구멍 없이 탄탄하고 실감 나는 연기로 <괴물>의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스릴러는 범인과 주변 인물들의 범죄와의 연관성을 시청자들이 알 듯 모를 듯 끌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플롯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력에 의해 좌우된다. <괴물>은 특히 클로즈업을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이는 출연자들의 연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연출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와 작가의 필력, 그리고 좋은 연출이 결합된 <괴물>은 30%를 앞둔 초대박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2>와 방송 시작 시간이 겹쳐 대진운이 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8회 5.4%로 5%를 돌파한 이후 12회를 마친 현재 4~5%를 오가고 있는데 일부 내용이 불편할 수도 있는 강력 범죄 스릴러로는 준수한 시청률도 기록 중이다.
예측이 쉽지 않은 <괴물>의 남은 4회에서 분명한 것 하나는 이동식이 자신의 여동생을 죽게 만들고 이로 인해 자신을 20년간 고통 속에 살게 했던 당사자들에 대한 어떤 대응이 있을 듯하다는 점이다.

이 당사자들 속에는 아들 박정제의 범죄 혐의를 감추려던 도의원 도해원(길해원), 만양읍 신도시 건설에 도해원 의원으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박정제 살리기를 돕는 과정에서 파출소장 남상배를 살해하고 이동식 여동생 사체유기에 관여된 것으로 보이는 건설업자 이창진(허성태) 등이 있다.
한주원의 아버지로, 이동식 여동생을 차로 친 전 문주서장이자 현 경찰청 차장 한기환(최진호)도 남은 4회 이동식의 대응이 예상되는 주요 당사자다. 이 과정에서 <괴물>은 드라마 초반부 한 연쇄살인범이 ‘괴물’이던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공동체 내의 여러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모든 죽음의 시작인 강진묵이 연쇄살인범으로 흑화되는 과정도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혹인 아이를 맡기고 빚을 떠넘기려 한 윤미해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이기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다루는 <괴물>은 좀 더 나아가 권력과 이권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괴물>의 남은 4회는 일단 이동식이 자신의 망가진 인생과 억울하게 죽은 자들에 대한 보상을 가해자들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받아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평범해서 다소 아쉬울 듯하다.
<괴물>이 시청자들의 평이한 예측을 훌쩍 넘어 한국 드라마 스릴러의 만신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역대급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tvN,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