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속 사건들, 어딘지 실제 사건이 연상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기업,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는 드라마 시작 전 이런 사전고지를 해놨다. 그래서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분명한 허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드라마 속 사건이 낯설지가 않다. 그 광경만 봐도 어디선가 봤던 실제 사건이 떠오른다. 성폭행범으로 검거되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비교적 짧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강덕수(정은표)는 누가 봐도 지난해 1212일 출소한 조두순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출소하는 날 많은 시위자들이 남부교도소 앞으로 몰려가 반대시위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그 풍경 역시 고스란히 드라마 속에 등장했다.

물론 이런 장면이 <마우스>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에 이런 장면은 흔하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법망을 빠져나와 빨리 출소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이야기는 범죄스릴러에서 흔하디흔한 클리셰처럼 나오는 장면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우스> 속 강덕수의 사례는 그 범죄가 성 폭행범, 그것도 아동 성 폭행범이라는 사실 때문에 조두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런 인물을 세워놓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은 법이 풀어준 강덕수를, 사이코패스가 되어 살인본능을 통제하기 어려운 정바름(이승기), 그가 피해자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되돌려주는 이야기로 풀어낸 것.

이런 실제 사건과 유사한 사례는 그 후에 정바름이 예고 살인을 하게 되는 이른바 수성연쇄살인사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누가 봐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에피소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20년간이나 복역을 한 윤성여씨와 후에 진범으로 붙잡힌 이춘재를 떠올리게 한다.

어려서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갖고 쉽지 않은 삶을 버텨왔던 윤성여씨가, 그 장애를 갖고 담을 넘어 10대 소녀를 강간하고 죽였다는 건 사실 애초 불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죄를 뒤집어쓴 안타까운 사연은, <마우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김씨는 언어 장애와 청각 장애가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수성연쇄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성지은(김정난)이 증언한 것처럼 차라리 날 죽이라는 말에 대꾸를 한 살인범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진범인 이재식이 출소하는 날, 정바름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예고한대로 그를 풀숲으로 끌고 가 그가 했던 그대로 살해한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풀숲을 찾아간 고무치(이희준)가 그 광경을 보게 되면서 드라마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았다.

그런데 <마우스>가 꺼내 온 살인사건들이 물론 고지대로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너무나 그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그려낸 건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을 처참하게 살해하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따라서 진실된 사죄를 하지도 않는 범죄자들과,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법의 한계 속에서 온전히 고통은 피해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애써 드라마 속으로 끌어온 것. 그것은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우스>가 뇌 이식이라는 상상을 통해 반은 사이코패스지만 반은 바른 청년인 정바름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낸 건, 이 결코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풀어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건 허구로 각색된 사건들이지만, 너무나 익숙하게 실제 사건들을 떠오르게 한다. 정바름이라는 허구의 인물이 겨냥한 칼이 현실의 저들을 향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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