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 어째서 양치승 방영분은 불편하게 다가올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네 내가 안 앉았는데도 앉아? 아직 편집장님도 안 앉았는데...” 양치승의 그 한 마디에 이른바 근조직트레이너들이 긴장해 일어선다. 그러자 그들과 미팅을 하게 된 잡지사 편집장과 직원들도 도열한다. 편집장은 애써 웃으며 양치승의 그 과한 멘트에 부담스러움을 드러낸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양치승은 최근 잡지 표지모델에 도전하기 위해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잡지사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미팅을 갖기 위해 트레이너들과 함께 잡지사를 방문했다. 어떻게든 표지모델을 하려는 양치승은 걸뱅이콘셉트에 맞게 기선 제압을 하려 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기도 한다.

표지모델을 기대하는 양치승과 달리 편집장이 속지 화보를 제안하자 그는 대놓고 실망감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과거 성훈이 이 잡지의 표지모델이 됐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전문가는 다르다면서 자신이 은근히 낫다는 걸 어필한다. 애써 표지모델을 하려는 양치승에게 스튜디오의 다른 패널들이 속지도 중요하다며 왜 그걸 고집하냐 하자, 양치승은 최근 피트니스 업계가 다 어렵다며 자신이 이들을 대표해 나선 것으로 그 업계를 붐 업시키고 싶다는 취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취지는 다소 억지스럽다. 헬스잡지에 표지모델을 자신이 하는 것과 피트니스 업계의 붐업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사실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가 업계의 대표격이라는 건 누가 인증해주고 있는 걸까. ‘셀링파워가 필요하다는 편집장의 조리 있는 설명에도 양치승은 대놓고 제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깁니까?”라고 다소 공격적으로 되묻는다.

표지모델이 되려면 기본 판매부수 3만 부 정도는 나와 줘야 된다고 편집장이 재차 설명하자, 양치승은 직원들이 6개월치 월급 반납하고 책을 살 것이라는 무리한 멘트를 던진다. 물론 그런 모습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스튜디오의 패널들조차 못 보겠다며 난감해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느낌이었을 게다. 그럼에도 패색이 짙은 양치승은 급기야 지인 중에 아이돌이 많다며 같이 찍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송강을 제안했는데, 과연 진짜 송강은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나오는 걸 알고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다음 미팅을 기약하며 끝난 자리에서 자체 헬스클럽이 있는 잡지사에 애써 헬스 회원 모집을 하려는 모습들이나, 끝나고 더 이상 운동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치킨집에서 잔뜩 치킨을 시켜놓은 상태에서 편집장이 전화를 해 표지모델 후보로서 가능성을 이야기해 먹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은 누가 봐도 과장된 설정의 티가 역력하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갑질 하는 보스의 모습을 관찰카메라로 들여다보고 지적해주는 걸 관전 포인트로 삼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양치승이 트레이너들에게 갑질을 하는 모습과 거기에 소심한 복수나 뒷담화를 하는 트레이너들의 이야기가 이들의 방영분에는 주요한 재미요소가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치승 관장과 그 트레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다분히 설정기획의 뉘앙스가 풍긴다.

예를 들어 지난 회에 어쩌다 인연이 되어 찾아오게 된 이정식 배우와 한기범 단장의 에피소드도 그렇다. 잠깐 들른 것뿐인 이정식 배우를 어떻게든 회원으로 가입시키려는 양치승 관장의 이야기는 웃음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나중에 식사를 사준 후 가입서를 쓰라 강권하는 대목은 웃을 수 없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회사랑 협업하면 가입하겠다고 이정식이 말하자 그럼 왜 먹었어?”라고 양치승이 묻고 다소 험악한 분위기에서 두 말없이 가입서를 쓰는 이정식의 모습이 그랬다.

이러한 양치승과 근조직의 일화들은 다분히 과장된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만일 그게 기획이 아니라면 그런 언동들은 사실 방송에 나가기가 어려운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관찰 카메라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설정은 있을 수 있어도 지나친 과장이나 기획적 요소들은 다분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출연자의 갑질이 중요한 소재가 되는 방송에서 과장된 연출이나 기획은 해당 출연자의 인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의 설정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향후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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