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사업 홍보, 이래도 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김병현은 푸드트럭을 갖고 강릉단오제에 참여했다. 그 곳에서 열리는 강릉단오장사 씨름대회. 영암군 민속씨름단을 위해 김기태 감독의 단체 주문 요청으로 햄버거 푸드트럭을 운영하게 된 것. 물론 이 푸드트럭은 씨름단을 위한 것일 뿐, 그곳에 즐비한 다른 푸드트럭들처럼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장사를 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김병현이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로 보면 엄청난 홍보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일요일 저녁마다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여러 업계에서 일하는 사장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일상을 따라간다. 기획의도 자체가 ‘갑질 하는 사장님’을 내세웠고, 그걸 관찰하며 질타하는 것으로 재미요소를 잡았다. 이러한 의도 자체가 나쁘진 않다. 다만 의도와 달리 변질된 것이 문제일 뿐.

김병현의 햄버거 사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공헌(?)도 큰 몫을 차지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담아냈고, 야구 경기장에서 어마어마한 수량의 햄버거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광경은 이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물론 방송은 너무 과하지 않은 갑질을 하는 김병현의 캐릭터를 내세워 예능적 재미로 포장하지만, 그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누가 봐도 사업 홍보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주말 프라임타임대에 내보내는 사업 홍보. 아마 출연료도 받고 있을 게다.

여에스더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찾아 1억 원을 기부하는 내용은 액면대로라면 훈훈한 광경이다. 하지만 이 방송이 여에스더를 통해 보여줬던 일련의 자사 건강보조식품 홍보를 떠올려보면 일종의 ‘숨 고르기’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러한 기부를 대대적으로 방송에 노출하는 것 역시 여에스더의 회사 입장에서 보면 기업 이미지를 높여주는 홍보가 아닐 수 없다.

장윤정이 애제자 후배 4인방과 행사를 가는 내용은 트로트계의 대선배가 후배를 챙겨주는 훈훈한 광경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역시 ‘행사 퀸’인 장윤정은 물론이고 그가 챙기는 후배들에 대한 홍보 방송이나 다름없다. 역시 행사가 주 수입일 수밖에 없는 다른 트로트 가수들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방송 출연은 이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러한 엄청난 홍보나 혜택들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하는 사장님들에게 돌아가고, 그것도 공영방송의 힘이 얹어지는 것이지만 이것으로 과연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여가 아니라면 적어도 사회적 약자로서 홍보 자체를 응원할 수 있는 ‘공적인 가치’가 부여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웃음과 재미를 준다는 명목 하에 ‘사적인 성공’들을 가져간다.

그렇다면 최소한 웃음과 재미는 있을까. 그것도 영 함량부족이다. 툭하면 먹방(그것도 보기 불편할 정도의)을 자극으로 내세우고, 캐릭터로 내세워져 갑질하는 광경들을 과장되게 보여준다. 성공 과정 자체가 주는 흐뭇한 웃음이 가능하려면 그만큼 공영방송이 지지하고 응원해줘야 할 정당한 명분이 필요한데 그것도 별로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시청자들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저 사장님들은 좋겠네. 공영방송이 대놓고 홍보해줘서, 라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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