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살이’ 아동학대? ‘100분토론’이 끄집어낸 다양한 시사점들
‘100분토론’이 아동학대를 그저 분노로만 소비하면 안 된다고 한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모텔에서 한 아기가 코피를 흘리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아버지는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모텔살이아동학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고 이런 류의 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독점적인 포털뉴스 AI 편집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대중들은 연거푸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들의 연장선으로 또 다른 아동학대가 벌어진 것이라 여기며 공분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그 다소 자극적인 기사 제목만으로는 모두 담지 못하는 비극적인 이 가족의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시사IN에서 이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를 추적해 기사화했다. 아버지 최씨가 아기를 던져 의식불명으로 만든 그 사안은 분명 아동학대이고 처벌받아야할 죄가 마땅했다. 하지만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는, 이 어려움에 처한 가족의 절망적이면서도 끝내 아기들을 챙기려 했던 부모의 진심이 느껴졌다.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가족 모두가 같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아동학대라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지만, 어째서 대중들의 반응은 그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이토록 달라지게 된 걸까. 그저 사건이 터졌다는 걸 알고는 자극적인 제목을 따서 조회 수를 올리려는 그런 기사들도 적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 기사들이 목표로 삼는 건 공분이다. 그것이 조회 수를 올리는 힘이니까. 하지만 시사IN이 보여준 것처럼 발로 직접 뛰어 그 실체적 진실을 보도하는 기사도 있다. 언론이라면 어떤 접근방식을 선택해야 할까.

MBC <100분토론>이 이 사건을 주제로 가져온 건 5월 가정의 달이고, 어린이날을 앞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5월을 맞아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하게 된 이 현실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100분토론>이 이른바 모텔살이아동학대라는 기사 이면에 놓인 우리네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다각도의 접근을 해준 건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활동가의 출연은 모텔살이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는 네 가지 관점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오은영 박사는 치료와 상담에 맞춘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이수정 박사는 이런 아동학대 사안들이 사건화되어야 비로소 사건도 줄어들고 현실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정익중 교수는 사건화를 통한 처벌보다는 복지를 통한 접근으로 사건이 벌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말하고, 장하나 활동가는 실제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아동학대의 여러 측면들을 이야기해준다.

서로 각자 하는 일들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이들의 주장들 모두는 사실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일들이다. 복지를 강화해 사전 예방을 해야 하고, 사건이 벌어지면 이를 사건화해서 처벌할 건 처벌하고 치료와 상담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접근방식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그건 분노만으로는 아동학대 같은 사안이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부쩍 아동학대 관련 사건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거나, 혹은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사건보도가 다소 공분을 자극하는 쪽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력이 기존 에디터보다 무척 부족해 보이는 포털 뉴스 AI를 통해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만 담은 기사가 전면에 배치되고 것.

그보다는 시사IN처럼 좀 더 심층보도를 통해 그 사건에 담긴 우리네 사회 시스템의 부실함을 들여다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100분토론> 같은 다각적인 접근방식을 통한 대안을 제시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또한 그런 기사나 프로그램 내용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실력 있고 투명한 포털 뉴스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100분토론>은 그래서 포털을 포함한 언론의 올바른 기능을 생각해보게 만든 유익한 시간이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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