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20부작이 짧게 느껴진 반전 가득 범죄스릴러

[엔터미디어=정덕현] 만일 미드처럼 시즌제로 만들어진 드라마였다면 어땠을까.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종영에 즈음에 드는 생각이다. 20부작이 짧게 느껴진 드라마였다. 사실 20부작도 우리네 드라마에선 짧은 게 아니다. 보통의 미니시리즈의 경우 16부작이 일반적인 게 한국 드라마의 형식적 틀이니 말이다.
<마우스>가 20부작조차 짧게 느껴진 이유는 여러 차례의 반전이 거듭되면서도 그 흐름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등장인물들이 타인의 시선으로 비춰졌을 때와 본인의 시선으로 그려졌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스릴러의 트릭들 덕분이다.
물론 20부 끝에 이르러 <마우스>는 그 큰 그림이 최영신(정애리)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그려진 것이란 걸 밝혔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태아 강제 낙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니얼 리(조재윤)로부터 그 유전자를 가진 태아 명단을 넘겨받아 관찰해온 것. 그의 목적은 그런 유전자를 가진 프레데터들이 진짜 연쇄살인범이 된다는 걸 확인하고, 여론이 바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바름(이승기)이 괴물이 되어 연쇄살인을 저지를 때도 그것조차 법안 통과에 유리한 일로만 치부하고 있었다. 진정한 괴물은 바로 최영신이었던 것.

큰 그림에 있어 무리함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마우스>는 이 그림 안에서 정바름과 성요한(권화운)이라는 사이코패스가 의심되는 두 인물을 두고 시청자들과 두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성요한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처럼 여겨졌고 그의 뇌 이식을 받은 정바름이 기억을 잃은 채 그 영향을 받아 사이코패스가 되어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 역시 또 다른 반전의 밑그림일 뿐이었다. 실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정바름이었다는 게 밝혀지고 성요한의 뇌를 이식하게 됨으로써 그가 감정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나는 반전의 과정은 사실 20부작이 다 담아내기에 상당한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정바름과 성요한 중 누가 사이코패스인가를 놓고 벌이는 이야기만 갖고도 한 시즌(10부) 정도를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뇌 이식 이후 정바름이 기억을 잃고 사이코패스화되어가는 이야기와 그래서 선택하게 되는 ‘죽어 마땅한 이들의 처단’ 에피소드들로 두 번째 시즌(10부)이 가능했을 게다. 그리고 진짜 정바름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알고 감정을 갖게 되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또 하나의 시즌(10부)으로 채워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시즌제 해외 드라마들을 염두에 두고 <마우스>를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가 좀 더 긴 호흡의 시즌제로 구성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범죄스릴러에서 반전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어 드라마에 새로운 동력을 넣는 힘이지만, 어느 정도 적당한 길이의 호흡을 갖고 일어나야 갑작스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마우스>는 촘촘하게 짜여진 스릴러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반전을 거듭했던 드라마지만 20부작이라는 틀은 그 방대한 이야기를 다 채워주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특히 <마우스>는 최란 작가의 다양하고도 묵직한 고민과 질문들이 많았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가해자들은 후회나 반성도 없이 심지어 짧은 형기를 마치고 나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법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초반에 등장했고, 피해자들의 다양한 감정들이 뇌 이식이라는 장치를 통해 정바름 같은 가해자의 뇌 속에서 뒤섞이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고통과 분노, 사적 복수심 같은 것들이 가진 문제의식이 중반에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태생부터 이렇게 태어난 정바름이 괴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신 앞에 기도했던 그 과정과 끝을 보여주면서 구원과 용서, 형벌의 문제까지 다뤘다. 이러니 20부가 짧게 느껴질 밖에.

보다 긴 호흡이 아니어서 아마도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을 소화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우스>는 모든 연기자들이 저마다 독보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그 중에서도 이승기와 이희준의 공이 남달랐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승기는 살인자로서의 섬뜩함과 참회하는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동시에 표현했고, 이희준은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속에서도 일관된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후반부에 정바름에게 갖게 되는 양가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마우스>는 이제 우리네 장르물에서도 시즌제가 좀더 본격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걸 실감케 한 작품이었다. 늘 미니시리즈는 16부작이라는 틀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과감하게 시즌제로 끊어가며 색다른 반전과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는 드라마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그만큼 폭넓은 세계관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지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뇌를 자극한 드라마 ‘마우스’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가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