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더 강력해진 이야기? 변함없는 따뜻함이 더 강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기다리고 기다리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드디어 시즌2로 돌아왔다. 본래 지난해 예고됐던 시즌2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짐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던 드라마. 그래서였을까. 돌아오자마자 첫 회에 간단히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넘기며 일찌감치 대박을 예고했다. 돌아온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무엇이 이런 힘을 만들었을까.
시즌2 첫 방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율제병원 5인방 익준(조정석), 정원(유연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중심으로, 사실상 지난 시즌에 만들어졌던 관계들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가에 집중되었다. 석형을 찾아온 전 부인 신혜(박지연)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 민하(안은진)의 짝사랑과, 더할 나위 없이 달달한 관계를 보여주는 정원과 겨울(신현빈),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화상통화로 사랑을 나누는 준완과 익순(곽선영) 또 익준의 고백을 받았지만 사실상 친구로 남고 싶다 말하는 송화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물론 그 안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먹먹한 감동을 주는 환자와의 에피소드들도 채워졌다. 아이를 떠나보낸 후에도 계속 병원을 찾아오는 연우엄마(차청화)와 그 이유를 알고는 최대한 따뜻하게 그를 대해주는 겨울의 이야기와, 너무 일찍 양수가 나와 아이를 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보고 최선을 다하는 석형을 옆에서 바라보는 민하(안은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예고편에서도 살짝 보여준 바 같이 특별히 색다른 설정이나 강력한 극성 같은 걸 가미하기보다는 시즌1에서 해왔던 그 잔잔하지만 따뜻하게 이들의 변함없는 일상을 담아 전했다. 하지만 이 변함없는 일상이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 한 회 만에 시즌1이 만들어냈던 율제병원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 첫 회를 통해 이제 시청자들은 마치 가까운 지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 같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일단 이러한 유대감이 만들어지고 나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이들이 향후 맞닥뜨릴 일상들이 궁금해지게 된다. 과연 저들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가 궁금하고, 그들이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의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이런 방식은 최근 들어 시즌제로 속속 돌아오는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SBS <펜트하우스3>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의 경우를 보면, 새로 돌아온 시즌을 이들 드라마들은 보다 강력한 사건이나 반전을 통해 다시금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다소 무리한 이야기 전개까지 만들다 보니 오히려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병원을 공간으로 하는 의학드라마이면서도 5인방을 중심으로 한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왔던 드라마이긴 하다. 그래서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한 설정 없이 하던 대로 드라마를 풀어가는 그 선택은 오히려 주효했다고 보인다. 매주 펼쳐질 이들의 일상이 벌써부터 궁금해질 정도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