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3’, 시청률 높다고 다 용납되는 건 아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 1~2화를 시청한 후 떠오른 단어는 ‘전파낭비’였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 케이블, OTT까지 드라마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지금, 높은 시청률은 드라마의 모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펜트하우스>는 시즌 1과 시즌2를 거치면서 시청률 면에서 최고의 우등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만 잘한다고 최고의 인재는 아닌 것처럼 <펜트하우스>는 칭찬만 해주기에는 경악할 만한 점이 많은 드라마였다. 단 장점도 없지는 않았다. 여러 패러디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재치가 있기는 했다는 것. 심지어 한국의 물신주의 자체를 패러디한 메시지도 느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조연 배우들의 비극과 희극은 물론 부조리까지 넘나드는 연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펜트하우스3>은 뭔가 공부만 잘한 우등생의 커닝페이퍼를 본 것만 같은 우스운 기분만 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시즌2에서 <펜트하우스>는 시즌1 특유의 마구 달리는 ‘막장미’의 동력을 잃어가기는 했다.

<펜트하우스> 시즌2는 사실 시즌1의 변주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오히려 득을 본 인물들도 있었다. 신은경이 연기한 제니엄마 강마리는 중반에 유제니(진지희)의 따돌림을 알고 세신사의 비밀이 드러나는 등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은경의 독보적인 생활투쟁 연기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한편 시즌1의 악당 주석경(한지현)은 2편에서 조와 울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변화로 시청자에게 악역 캐릭터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물론 손해 본 배우도 있다. 시즌2에서 나애교를 연기했던 이지아는 몸에 잘 맞지 않는 연기로 시즌1보다는 빛이 바랬다.
극초반 <펜트하우스3>는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인기를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이미 식상한 데다 너무 억지가 많았다. 일단 시즌2의 마무리를 다시 뒤집기 위해 들어간 교도소 장면은 그 자체로 그냥 빤한 코미디였다. 교도소를 통해 바깥과는 지위가 변한 인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미 식상한 소재이니까. 그렇기에 첫 회 교도소에서 가장 재밌고 신선한 장면은 천서진(김소연)이 배식담당 오윤희(유진)에게 “김”이라고 크게 외치는 장면하나였다. 당연히 <펜트하우스3>은 아이디어가 부족한 교도소 장면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는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인물들을 다시 출소시키고 마무리했다.

이후 로건 리의 친형 알렉스(박은석)의 등장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온몸에 타투를 하고 레게머리를 했지만, 로건 리의 재활용은 전혀 기발하지 않다. 오히려 왜,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이 들 따름이다. 물론 시청자들이 감탄했듯 나애교로 점수를 잃었던 배우 이지아는 알렉스 앞에서 진지한 표정 연기로 다시 연기 신의 명성을 얻기는 했다. 아쉽게도 시즌3의 심수련은 심수련과 이지아의 캐릭터 혼재된 듯한 인물로 변해, 그 캐릭터 자체가 매력을 잃기는 했다.
어쩌면 <펜트하우스>는 시즌1과 시즌2의 약발로 시즌3의 일정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할 테니, 빠르게 치고 빠지자는 전략을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자극적인 부분들에 대한 욕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마무리만 잘하면 된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알렉스의 등장 외에도 <펜트하우스3>은 많은 부분에서 엉성하기 짝이 없어 당황스럽다. 천서진과 오윤희, 심수련이 손을 잡는 장면의 갑작스런 등장부터 시작해서, 주단태(엄기준)의 부활 역시 그러하다. 앞뒤 설명이 없어 무조건 던지고 보는 식이다. 웹소설 강사님이 수강생이 이런 식으로 사건을 구성해 오면 화부터 낼 정도의 개연성이랄까?

<펜트하우스> 마지막 시즌은 여전히 중독성은 남아 있지만, 시즌1과 같은 이야기의 역동성, 악다구니 속에서 가끔 귀여워 보이는 장면, 자본의 한국사회를 패러디하는 악동 같은 기세도 없다. 시즌2의 변주에서 느껴졌던 캐릭터 변화의 재미도 사라졌다. 이 정도면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필름 끊긴 ‘뇌절’ 상태의 우스운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