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2’, 개연성 없는 게 개성인 드라마라지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펜트하우스> 시즌1의 청아예고 성악 립싱크는 굉장히 중요하다. 드라마와 시청자들 사이에 일종의 계약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천서진(김소연), 오윤희(유진)를 비롯해 청아예고 학생들의 너무나 빤히 티 나는 가짜 립싱크는 오히려 <펜트하우스>의 진심을 보여주는 코드다. 이건 모두 패러디고 풍자이며,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이니 드라마에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화내지 말라는 애교 섞인 아리아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의 가장 코믹한 캐릭터이자 감초인 마두기(하도권)만이 리얼로 노래를 한다.

시청자와의 계약이 암암리에 맺어지자 <펜트하우스> 시즌1JTBC <스카이 캐슬>은 물론 수많은 미드, 할리우드 영화 <쏘우>, 유튜브 <가짜 사나이>의 장면들까지 패러디하며 종횡무진 돌진한다. 잔인한 장면 추가, 개연성 없는 전개 추가.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우습게 넘길 수 있는 건, 이건 모두 코미디라는 걸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펜트하우스>만의 장점도 있다. 시청자라면 누구나 흥분할 만한 머니코드. 부자는 나쁜 놈 코드가 펜트하우스 사람들을 통해 펼쳐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코드가 있다면 인과응보다.

<펜트하우스>에서는 누구나 본인의 죄에 대해 한 번 이상의 벌을 받는다. 심지어 주인공 오윤희 또한 심수련(이지아)의 딸 민설아(조수민)를 살해한 대가로 시즌2에서 딸 배로나(김현수)를 잃게 되었다. 물론 배로나는 다시 부활하기는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펜트하우스>는 시즌2에서 두 가지 큰 사건을 던진다. 일단은 배로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시즌1에서 죽었던 심수련이 니애교로 다시 나타났지만, 역시 죽지 않은 심수련이었던 것.

이 죽음과 부활은 <펜트하우스>의 시즌2가 왜 시즌1보다 재미없는지 그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펜트하우스> 시즌1은 나름의 짜릿한 개연성 없는 전개가 개성이었지만, 시즌2는 그 개성조차 그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 따름이다. 더구나 강렬한 사건과 나름의 메시지가 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특별하달 것이 없었다. 그저 김순옥 작가 스타일의 개그코드를 빌려서 시즌1을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시즌2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강마리(신은경)의 목욕관리사 비밀과 그녀의 활약이었다. 그저 낡은 드라마 서사였지만, 그나마 다른 인물들의 전개에 비해 장면에서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주요 사건들은 굉장히 기계적으로 흘러간다. 나름 반전카드였던 하윤철(윤종훈)의 갈대마음으로 인한 오윤희와 천서진의 격돌은 지루하기만 했다. 또 배로나의 죽음은 너무 잔인했으며, 제작진이 배로나의 죽음을 너무 기계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빤히 보여 불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외에 펜트하우스의 인물들이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는 장면들은 양념으로 써야지 이렇게 메인으로 길게 끌고 갈 소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애교의 실패다. <펜트하우스> 시즌1의 심수련은 이 드라마가 성공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모든 것이 경박한 드라마에서 심수련 캐릭터의 우아하고 조용조용한 복수는 이 드라마의 중심축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심수련과 닮은꼴로 등장한 가짜 나애교는, 점도 안 찍은 데다, 머리만 단발로 자르고 나비 문신 하나 그렸을 뿐인데 모든 사람이 속고 있다. 사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나애교 캐릭터가 일차원적이고 붕 떠있다는 데 있다.

나애교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일극 중간에 재미를 위해 투입되는 빌런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심수련으로 본인의 인생캐를 만났던 이지아 역시 나애교를 통해 배우로서의 단점만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물론 배우가 보여주기에 캐릭터가 너무 얄팍해서 겉도는 걸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애교 캐릭터의 얄팍한 면모는 <펜트하우스> 시즌2의 진짜 얼굴이기도 하다.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한국의 천민자본주의까지 패러디한 시즌1의 개연성 없음은 나름 개성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시즌1을 패러디한 것 같은 시즌2의 얄팍하고 무딘 전개는 주단태(엄기준)가 아무리 트로피로 배로나의 두피를 찢고, 채찍을 휘둘러 천서진을 때리는 잔인한 장면을 추가한들 시즌1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진 못했다. 또한 시즌1의 리얼 성악가이자 진정한 감초였던 마두기 또한 시즌2에서는 나애교처럼 머리를 잘랐을 뿐 정작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 잘 만든 양념도 제대로 버무리지 못하는 셈. 그러니 <펜트하우스> 시즌2는 시즌제가 아닌 일일연속극이나 주말극의 시청률을 노린 시시한 연장방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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