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어디가’, 세대공감 문화 예능으로 진화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승승장구를 논하기는 새삼스럽다. 시청률은 예능 전체 1,2위를 다투는 수준이고,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이라든가, 새로운 트렌드가 왜 먹히는지에 대한 분석 등도 이미 얘기가 돼오던 것이다. 사실 아무런 참조 자료가 없는 관찰형 예능 형식인 데다, 그것도 육아에 서툰 아버지와 자식이란 주제라니 긴가민가했다.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1회성으로 끝날 특집 아이템. 얼마나 지속가능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입으로는 신선하다고 칭찬하면서 눈으로는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벌써 열다섯 번째 여행이다. 초창기에 보냈던 의심의 눈초리는 겸연쩍어지고 말았다.
<아빠 어디가>의 재미는 기존 예능과 다른 지점에서 나온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아니다. <전파왕>이나 <붕어빵>이나 EBS의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들과 달리 폭발할 수 있었던 것은 예능이란 플랫폼 위에서 일종의 문화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는 변화된 가족 문화의 양상을 즐겁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예전과는 다른 가족 관계, 예전과는 다른 아빠의 모습과 역할,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시를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주고픈 마음을 자극하고 참고하게 만든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가족 캠핑 열풍과 맞닿아 있다. 보고 즐기는 TV프로그램 이상의 의미와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식으로 <아빠 어디가>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여행을 떠나서 먹을 것을 마련해 먹고 게임을 하다 잠드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속의 디테일들은 행복의 로망을 자극한다.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가 아니라 1시간 20분간 행복을 음미하게 한다. 아빠들이 시골의 신선한 재료들로 마련한 비빔국수를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장면을 보면서 군침이 도는 것은 요리사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그 상황의 행복한 모습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과 육아에 대한 여러 막연한 생각들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아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아빠와 아이들이 놀러간 계곡이나 바닷가를 가보는 상상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에게도 TV속 아이들처럼 행복한 추억을 마련해주고 싶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 행복한 모습을 함께하고 싶어진다.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린, 대형마트 라면코너의 진열을 바꿔놓은 짜파구리 열풍이 괜히 불었던 게 아니다.

제작진은 아빠와 아이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그 로망을 지속시킨다.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지겨워지지 않도록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여행과 달리 모험과 자립심, 도전 정신 고취하기 위해 떠난 미지의 무인도 여행은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게 했다. 풍족했던 지난 여행들과는 달리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무인도는 아빠들에게는 시련의 땅이겠지만 아이들에겐 모험의 놀이터다. ‘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수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즐거움과 의외성이 엿보일지 기대가 된다.
특히 동생과 함께하는 시리즈는 메가히트 상품이자 처지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준 코주부 같은 보너스피였다. 그 중에서도 김민율의 존재감은 엘에이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에 비견할 만하다. 귀여운 외모는 물론이고, 자유분방하면서 야무진 말투와 엉뚱함으로 등장하자마자 프로그램을 뒤흔들었다. 존 박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등장한 예능 캐릭터 중 김민율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이는 없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캐릭터를 잡을 필요도, 방송을 살리기 위한 스트레스도 없다. 눈치도 보지 않는다. <런닝맨> 캐릭터들의 진짜 버전이다. 그런 모습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이끌어낸다. 상남자를 추구하는 준수가 사다리를 내려오지 못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빠 어디가>는 한 가정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절을 화면 속에 담아낸 행복에 관한 예능이다. 그와 동시에 제안과 참조의 기능이 있는 문화 콘텐츠다. 육아가 당면 과제인 가정에서는 다른 가정을 바라보는 호기심을, 평소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없는 시청자들은 순수한 아이들에게서 한없는 귀여움을 느끼고, 조카에 빠져 사는 20~30대 여성들에게는 또 한 명의 조카를 보는 것 같은 사랑에 빠진다. 젊은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웃음만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무한도전>식의 감동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한때 국내 여행 광풍을 일으키며 중장년층의 문화 트렌드를 주도한 <1박2일>의 가족판 버전과 같다. 다시 말해 20대 아가씨에서 소위 ‘아저씨’까지 포섭할 수 있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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