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예능이 대리만족을 주지 못하는 이유
골프예능, 참 제작진 맘 같지 않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두 달 동안 TV조선 <골프왕>, JTBC <세리머니 클럽>, MBN <그랜파>, SBS <편먹고 공치리> 등 4개의 골프예능이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더 나올 예정이다. 강호동, 신동엽 등 가세할 인물의 면면과 유튜브를 비롯한 웹예능까지 합치면 가히 전성시대라는 말이 의례적인 수식이 아닌 상황이다. 방송가의 분위기만 보면 2015~18년도 쿡방이나 지난 2년간 방송가를 휩쓴 트로트 열풍을 훌쩍 능가하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골프 산업과 문화의 지형도는 바뀌었다. 최근 골프에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이 급격히 들어온다는 점에서 과거 WBC대회와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아저씨와 남성 중심 문화에서 젊은 여성 팬들이 주류가 된 한국프로야구와 비슷한 양상이다. 손예진, 김희애, 이연희와 같은 얼굴보기 힘든 배우들부터 SNS 인플루언서들까지 골프에 빠진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손예진과 현빈, 이승기와 이다인 커플을 맺어준 매개 또한 골프인 걸로 밝혀지는 등 가십거리로도 빠지지 않는다. 골프용품점의 활성화나 동네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 등 일상에서의 접근성도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하지만 골프예능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온 국민이 그 정도로 골프에 열광해서가 아니다. 분명 골프가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국내 골프 인구가 600만이라 추산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지상파에서 웹예능까지 뒤덮을 정도의 세대불문 국민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다. 골프예능들이 누구나 접근가능한 일상성을 강조하려고 애쓰지만 골프장 부킹을 다른 세상의 영역으로 여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여전히 허들이 존재하고 커뮤니티에 속해야 하는 값비싼 취미인 것 또한 현실이다. 골프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이유가 많은 걸 설명한다.

그런 괴리만큼, 쏟아져 나온 골프예능의 성적은 트롯이나 쿡방과 달리 좋지 못하다. 기존 스포츠 예능의 성장 서사와 승부에 포커스를 둔 익숙함과 <미스터트롯>의 도움을 받는 TV조선 <골프왕>을 제외하고 지난 두 달 동안 런칭한 골프예능들은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트렌드를 포착해 방송이 되고, 방송을 통해 다시 증폭되어 일상이나 문화·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순환 시스템이 가장 뜨겁게 불타올라야 할 초반에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 최초의 골프예능인 SBS <편 먹고 공치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타이틀롤을 맡을 수 있는 예능 MC 이승기와 취미예능의 1인자인 이경규를 중심으로 야구선수 출신의 이승엽과 화려한 외모로 인기와 인지도가 무척 높은 유현주 프로가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2회까지 2%대 시청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웨이브에 선 공개하는 영향과 워낙 심야에 편성된 탓도 크겠지만(스타 출연진을 모아놓고 11시 반이라는 심야에 편성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연예계 동료를 초대해 팀을 갈라서 라운딩한다는 단순한 설정은 예능 차원에서 쉽지 않은 미션이다. 웃음 장치, 스토리텔링의 실타래, 스포츠예능의 긴장감, 캐릭터쇼의 가능성 등 예능적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인터넷 게임방송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소 골프에 흥미가 있거나 필드에서 경험한 공감대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2차적 콘텐츠에 가깝다.

이는 골프예능이 갖는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18홀을 도는데 그 가운데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고 했지만, 여타 스포츠예능과 달리 승부가 그리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라운딩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토크에서 웃음을 뽑아낸다. 스포츠 만화 같은 성장 서사나 치열함을 살리기 어려운 장시간에 걸친 기록게임인데다가 중간중간 빈틈이 워낙 많은 골프의 특성이기도 하고, 김구라(와 박사장)가 유튜브에서 확립한 골프예능의 문법이기도하다.

유튜브에서 그렇게 성공했듯이 평소 필드에 나가는 이들은 공감할 여지가 있겠지만 ‘굿샷’의 의미도 잘 모르고,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등 룰과 용어도 생소하며 진행방식조차 낯선 입장에서 긴장감과 진정성이 떨어지는 승부를 지켜보는 몰입이 쉽지 않다. 국내 유수의 골프장을 구경하는 것도 인사이더에게나 느낄 수 있는 흥미이지 골프에 확실히 귀의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인위적인 초록은 별다른 소구점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TV 골프예능은 기존 골프팬들이 반응했던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TV>나 프로들이 만든 교육형 유튜브 콘텐츠보다 물량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 트렌드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로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트렌드를 다루고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주는 목적의 예능 콘텐츠지만 여행예능과 달리 그리 큰 로망을 자극하지 못한다. 스포츠예능으로 즐기기에 승부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라운딩하는 여유는 예능의 시각에서 굉장히 느릿한 호흡으로 다가온다.

이는 착시와 안일한 기획 의지가 만든 결과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종목이 됐고, 스타 연예인들이 좋아한다고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착시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제작진들이 언급하는 탁 트인 공간, 트렌드, 수많은 연예인들의 애정고백이 있음에도 지금껏 방송에서 다룬 것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트렌드라는 점이다.

골프가 PPL을 비롯한 제작여건상의 이점 이외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새로움은 프로그램 안에서 발견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승자에게 주는 배지는 <도시어부>에서 하던 거고, 레슨 포인트는 곁가지 장치일 뿐이다. 배우려면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보면 된다. 시청자의 시선보다는 유튜브의 성공, 트렌드의 표면적 탐구, 제작여건상의 이점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나타난 트렌드처럼 보인다. 골프와 예능 사이의 유막이 지금처럼 존재한다면 자막으로 나왔던 ‘골프 참 내 맘 같지 않네’로 결론이 날 확률이 높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TV조선,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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