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키지’, 시끌벅적 노이즈마케팅에도 외면 받은 까닭
‘펫키지’ 제작진, 반려동물 예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거 아닌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고약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JTBC 신규 예능 <펫키지>는 김희철의 ‘유기견 비추천’ 발언 논란이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 악플보다 무플이 최악이라고 하지 않던가. 첫 방송에서 1%가 채 안 되는 시청률을 거둘 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노이즈이긴 하지만 시끌벅적해지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희철의 발언은 아쉬울 순 있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꾸준히 인식개선에 나서고 있는 운동 방향과 대치되는 주장을 중화하는 장치 없이 오히려 너무나 단정적인 자막을 쓴 것이 문제긴 하지만 생명을 키우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의도와 맥락 차원에서 이해가 가능한 발언이었다.
어쨌든, 논란으로 말미암아 주목을 받게 된 JTBC 예능프로그램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는 지난 8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반려견과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반려견과 함께 하는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배틀트립>의 틀에 반려견이란 소재를 합치고 태연과 김희철, 홍현희, 강기영 등 소문난 애견 스타들이 함께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프로그램의 의도와 취지 또한 충분히 알겠다. 통계상으로 전체 가구의 30%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5조원 대라고 한다. 쇼핑몰, 항공사, 여행사 등에서 잇따라 ‘펫 프렌들리’한 정책과 상품을 내놓고 있고, ‘펫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숙박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함께 공존을 모색하는 사회적 의미도 있고, 콘텐츠 측면에서도 공감대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소재다.

그런데 <펫키지>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진정성보다 기획성이 강하다. 친분 있는 연예인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놀러가거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섭외로 만난 인물들이 반려견과 함께 연예인들이 기획된 여행을 떠나고, 특별한 이벤트를 체험을 한다. 한 회에서만 3~4군데 이상 장소를 바삐 움직이며 소개하고, 증멍사진과 캠핑, 예고편에서 등장한 스파 등등 이런저런 이색 체험과 게스트 초대 등 버라이어티한 볼거리를 전개한다.
반려견과 함께할 만한 전국의 여행지, 스팟, 이벤트의 제안도, 제각각 외모와 성격이 다른 강아지들은 귀엽고 다 좋지만, 공감보다는 전시의 성격이 강하다. 누가 더 좋은 여행지를 보여주는지 대결은 구성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 그 어떤 흥미를 일으키는 장치로도 쓰이지 않는다. 계속해 특정 업장을 소개하다보니 왠지 PPL 모음집 같고, 리얼리티와 스토리라인이 없는 나열식 전개는 솔직히 말하면 과거 회귀적이다.

반려동물 콘텐츠는 이미 2015년부터 변화가 시작했다. JTBC <마리와 나>,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하하랜드>, <대화가 필요한 개냥> 등 관찰예능의 작법에 영향을 받아 일상성과 정서적 교감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 즈음 반려견 키우기에 대한 인식 개선과 훈련법을 소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도 방영되면서 새로운 물결이 본격화됐다.
그러면서 <TV동물농장>같은 장수 프로그램의 의인화, 지나친 사람 중심의 스토리텔링은 확실한 구식이 됐다. 보다 공존에 대한 고민, 사회적 논의,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반려동물을 위한 학습이 반영된 콘텐츠들이고, 이 뉴웨이브의 정점에 선 인물이 바로 강형욱 훈련사다. 우리나라 반려견 문화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강형욱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방송 콘텐츠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강형욱 콘텐츠는 메시지와 드라마가 모두 새롭고 선명했다. 훈육의 드라마틱한 변화과정은 스토리고, 견주들에 대한 메시지는 그 자체로 봐야 할 이유를 만드는 공감대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모습의 전시가 아니라,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서 재미와 신선함, 교감의 지점과 봐야할 필요성이 만들어낸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문제를 개가 아니라 견주에서 찾는 거다. 강형욱 훈련사는 틈틈이 견주들에게 불편한 소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올바른 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단순히 개를 훈련해서 길들이는 게 아니라, 어떤 삶의 자세를 갖고, 어떤 지향으로 함께 살 때 행복한지를 제안하고 이끌어준다.
반려동물 시장이 무척 크지만 강형욱의 프로그램을 제외한 관련 TV 콘텐츠가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못 만든 것은 봐야 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예능보다 당연히 제작하기 까다롭고, 이번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의식, 동물권에 대한 고민과 관심은 더욱 커져서 신중해야 한다는 숙제까지 생겼다. 특정한 스토리라인이나 공감할 메시지 없이 이벤트 나열식으로 연예인의 강아지를 전시하는 것만으론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공감대는 물론이고, 대중적 확장성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함께 살면서 정을 붙여나간다는 일상성과 성장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다보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계속해 지켜볼 볼거리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이벤트성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벌써 3회 예고에서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보단 과거 <대화가 필요한 개냥>처럼 인해전술이나 기획성 이벤트가 계속될 거란 예감이 든다. <펫키지>가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렇고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다. 첫 방송에서 0.934%를 찍은 시청률이 본의 아닌 노이즈마케팅에도 불구하고 2회 방송에서 0.537%로 뚝 떨어졌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염두에 둬야 한다. 시청자들과 정을 나누거나, 효용을 느끼게 하는 정보성이 있거나, 선한 영향력 같은 메시지가 있거나 지켜볼 만한 스토리라인의 보강이 절실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