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닥터’, 정지훈과 김범의 호흡이 남달랐던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병원에서 유령보다 좀비가 나올 법한 시대에 착한 유령들로 승부를 본 다. <고스터 닥터>의 배경인 은상대병원에는 병원을 떠나지 못한 유령들이 존재한다. 테스(성동일)를 제외한 유령들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나름 논리적이다. 그들은 아직 병원에서 생명유지만 하는 의식불명 환자들. 그들의 혼이 바로 은성대병원에 머무는 것이다.
<고스트 닥터>는 이 병원 흉부외과의 간판스타 차영민(정지훈)이 의식불명에 이르면서 따뜻한 인간, 아니 따뜻한 유령이 되어가는 훈훈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착하고 훈훈한 분위기만으로 <고스트 닥터>가 조용하게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고스트 닥터>는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으려고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다. 대작은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는 결코 놓치지 않는 드라마다.

<고스트 닥터>의 기본 플롯은 역시 의학드라마다. 대형 병원을 둘러싼 암투, 천재적인 스타 의사, 의사들끼리의 신경전 등 <고스트 닥터>는 익숙한 재미를 준다. 물론 MBC <하얀 거탑> 같은 의학드라마의 무게감은 좀 덜어내고 그 재미만 따온 격이기는 하다. 하지만 <고스트 닥터>는 의학물의 무게감을 덜어냈기에 손쉽게 빙의 의사라는 유행하는 플롯을 덧붙일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한국 오컬드 드라마에서 빙의는 필수적인 소재 중 하나가 되었다. <고스트 닥터>는 조금은 코믹한 방식으로 테스-차영민(정지훈)-고승탁(김범)으로 이어지는 의학의 신 빙의물을 그려낸다. <고스트 닥터>는 영리하게도 빙의물의 무게감도 덜어낸다. 대신 차영민의 혼령과 고승탁의 스승과 사제지간의 우정을 그려내는 데, 더 많은 이야기를 준다. 그리고 이 흐름을 통해 고승탁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사의 길로 들어선다. 어느덧 거만해진 의사 차영민은 인간적인 의사의 마음을 다시 가진다.
여기에 드라마는 장세진(유이)과 고승탁에 빙의한 차영민의 로맨스를 그려낸다. 장세진이 그려내는 애틋한 멜로 또한 그 흐름이 나쁘지 않다.

사실 <고스트 닥터> 외에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고스트 닥터>의 성공은 큰 욕심 없이 다양한 요소들을 흥미롭게 배열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고스트 닥터>는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슬프며, 또 의외로 의학드라마의 긴장감도 어느 정도 살려낸다. 이만한 솜씨의 이야기는 겉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생각보다 그 만듦새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지훈과 김범이 그려내는 투톱의 호흡 역시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다. 한때 월드스타였던 정지훈은 어깨에 힘을 뺀 연기로 멜로와 코미디, 의학드라마를 오가며 극의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김범 역시 어느새 20대의 청춘스타에서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확실히 소화해내는 배우가 됐다. <고스트 닥터>에서도 고승탁의 코믹한 분위기와 우울한 트라우마, 영리한 소년과 어리숙한 의사 각기 다른 양면성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오갔다. 사실 김범의 얼굴 자체가 뭔가 영악함과 어리숙함이 미묘한 비율로 섞인 마스크이기도하고.

정지훈과 김범의 호흡은 하지만 기존의 다른 남성 투톱 드라마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두 배우 모두 연기에 있어 치고받으며 전진하기보다 일정 부분 서로의 자리를 배려해 주고 뒤로 빠져주는 부분이 있다. 그 덕에 <고스트 닥터>는 테스, 장세진 외 여러 캐릭터들이 들어설 수 있는 여백이 생기고, 굉장히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됐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