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을 끝까지 지켜보게 만든 ‘고스트 닥터’의 선한 메시지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가 종영했다. 코마 상태였던 차영민(정지훈)은 고승탁(김범)의 몸에 빙의해 자신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드디어 깨어났다. 한승원(태인호)과 장민호(이태성)의 사주를 받아 차영민을 배신했던 후배 의사 안태현(고상호)은 수술실에 함께 들어와 한승원이 아닌 차영민을 도움으로써 상황을 반전시켰다. 결국 깨어난 차영민과 그를 도운 고승탁에 의해 모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한승원과 장민호는 검거되었다.

사필귀정이고 권선징악의 결말. 게다가 차영민을 극진히 간호하며 깨어나기를 기다렸던 장세진(유이)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차영민과 함께 살게 됐고, 고승탁 역시 오수정(손나은)과의 썸을 이어갔다.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병원을 떠돌던 고스트 테스(성동일)도 손녀인 오수정에게 작별을 고하고 저승으로 떠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해피엔딩. 그렇다면 <고스트 닥터>는 이 빙의 판타지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걸까.

코마 상태에 놓인 채 고스트가 되어 고승탁의 몸에 빙의한다는 판타지는 결국 ‘환자를 살린다’는 목적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위급한 환자를 보다 못해 의사로서 어떻게든 살리려다 보니 빙의까지 벌어진 것. 물론 의사가 고스트가 되어 병원을 떠돌고 때론 의사에게 빙의되어 환자를 살린다는 상상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에 대한 절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을 찾게 되는’ 그 절절함이 ‘신이 없으면 귀신이라도’의 상상력으로 발현된 것.

그런데 이 판타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스트 닥터>가 하려는 메시지는 빙의 짝꿍이 된 차영민과 고승탁이 이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를 갖게 됐는가에 들어 있다. 자칭 금손으로 자신이 손만 대면 환자를 살려내는 최고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차영민은 살 가망이 없는 환자들을 외면했던 의사였다. 그들의 절박함을 무시하고 오로지 1%라도 살 가망이 있는 환자들만 상대했던 것.

하지만 고스트가 되어 병원을 떠돌며 만난 환자들과 다른 고스트들을 통해 그는 그 절박함을 몸소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라. 차영민. 너의 삶이 그렇듯 세상의 모든 삶이 대단하다는 걸. 그 삶을 찰나의 한 순간이나마 더 붙잡아줄 수 있는 손. 그것이 오늘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너의 할 일이라는 것을.” 코마에서 깨어나기 전 고승탁의 몸을 빌려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에 그는 그런 말을 더해 넣었다. 즉 고스트의 과정을 거쳐 그는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걸 깨닫고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한편 고승탁은 차영민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이론은 빠삭하지만 정작 수술실만 들어오면 굳어버리고 도망치던 고승탁은 이제 저 스스로 판단해 수술을 할 정도로 ‘똥손’에서 탈출했다. 이 과정은 그래서 귀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환자를 살리고픈 그 간절함이 고승탁으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게 해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고스트 닥터>는 빙의 판타지를 설정으로 가져왔지만 논리적 개연성에서 약한 면을 가진 드라마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코마 상태도 아니고 육신도 없는 테스 같은 고스트는 차영민 같은 여타의 고스트들과 달리 어디든 마음대로 다니고 누구나 빙의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는 존재로 설정되어 너무 작위적인 인물이 된 점이 그렇다. 이런 약점들이 존재했지만 드라마는 정지훈과 김범이 만들어낸 찰떡 콤비 코미디의 유쾌함과 저마다 사연을 가진 환자, 고스트들의 이야기로 그런 약점들을 채워 넣었다. 완성도에 있어서 다소 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든 힘이 거기서 나왔다. 물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선의를 담은 메시지에 대한 지지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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