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와 남주혁의 사랑, 응원에 가까운 이유(‘스물다섯 스물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들의 사랑은 응원에 가깝다. 그래서 손을 잡거나, 첫 키스를 하는 그런 스킨십도 거의 없다. 대신 이들은 서로를 응원해주고 위로해준다. 상대가 고개를 숙였을 때,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세상이 잘못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버텨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고 새로운 날들이 올 거라고 말해준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판정시비로 큰 상처를 입은 나희도(김태리)를 위해 백이진(남주혁)이 한 행동들이 바로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이러한 사랑법을 잘 드러낸다. 아시안게임 펜싱 결승에서 스타플레이어인 고유림(보나)과 대결을 벌인 나희도. 거의 동시에 칼이 서로의 몸에 닿아 부저가 함께 울린 상황에서 심판이 나희도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고유림은 그 판정에 불복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순간 고유림에게 동정의 시선들이 쏠렸고, 그것은 나희도가 마치 그의 금메달을 빼앗은 것 같은 억측과 논란을 만들었다. 심지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할 언론에서조차 그것이 장사가 된다는 이유로 이에 동조했고 이로써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금메달을 빼앗은 건 고유림이었지만 나희도는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심지어 뉴스메인 앵커인 엄마 신재경(서재희)조차 뉴스 보도에서 나희도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국 나희도를 위해 나선 건 백이진이었다. 그런 그에게 선배 기자는 취재원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지만, 그는 언론이 균형 있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날 경기의 심판을 찾아 나섰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심판을 공항까지 찾아가 심지어 심판이 매수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그를 설득한 백이진은 결국 단독 인터뷰를 따냈다.

“응원하는 선수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면 영화를 봐라. 스포츠는 그런 장르가 아니다.” 언론까지 가세해 부당한 억측과 논란을 부추기는 상황에 대해 심판은 그런 말로 일침을 날렸다. 그리고 백이진은 이렇게 리포트했다. “스미스 심판은 결승전에서 자신의 판정은 공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열된 억측과 논란을 감당해야 하는 건 어린 선수들이었습니다.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은 그렇게 상처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침 집 근처 한 식당에 들어갔던 나희도는 백이진의 그 보도를 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백이진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나는 눈물이었다. 또 모두가 그런 억측과 논란을 믿고 나희도를 매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드라마는 마침 옆 테이블에 앉아있다 그가 나희도 선수라는 걸 알아차린 어르신들의 덕담을 통해 전해줬다.

“아이고 세상에 맘고생이 얼마나 많았어.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지? 큰 일 치렀네 큰일 치렀어....나희도 선수. 어제 경기 아주 멋졌어. 금메달 축하해! 아이고 거기까지 가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어 그래. 남몰래 그래 얼마나 많이 울고 얼마나 아팠겠어. 어유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한국펜싱 잘 부탁해!”

이러한 어르신들의 덕담을 담은 장면을 굳이 넣어둔 건, 아마도 이 드라마의 작가가 이 청춘들에게 하고픈 말을 그렇게 대신하고파서였을 게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나희도와 백이진의 순정만화 같은 청춘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이 멜로를 통해 작가가 하려는 건 청춘들에 대한 응원과 위로다.

“절대 행복하지 않을 게요”라고 울며 아버지의 빚쟁이들에게 얘기하던 백이진을 나희도는 그래도 자신과 함께 있을 때만 “행복하자”고 응원해줬고, 나희도가 불안해하고 흔들릴 때 백이진은 “네가 최고”라고 응원해줬다. 또 백이진이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어느 어촌마을에서 지낼 때도 멀리서 음성메시지로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있는 곳에 내 응원이 닿게 할게.”라고 나희도가 응원해줬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백이진이 금메달을 따고도 억측과 논란에 휩싸인 나희도를 진실을 알리는 취재 보도를 통해 지지해주고 응원해줬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들을 참고 견뎌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IMF라는 시대적 상황을 가져와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와 백이진의 사랑이 응원과 위로에 가까운 건, 지금의 청춘들이 진짜 갈증을 느끼는 건 그저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라는 걸 보여준다. 특히 그들을 속이고 힘겹게 하는 세상과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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