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과 배해선,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조연 여배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부터 우리 학교는>에는 익숙한 두 명의 조연 여배우가 등장한다. 좀비떼의 습격으로 학교와 도시가 멸망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속도감과 스릴이 생명이다.
하지만 찬영 엄마로 등장하는 배우 이지현과 박의원으로 등장하는 배해선은 잠시 드라마의 가파른 전개를 멈칫하게 한다.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아들을 찾아다니는 엄마의 애타는 눈빛. 속을 알 수 없는 정치인의 냉철한 눈빛. 이 두 조연 여배우의 연기는 좀비떼 드라마 안에서 잠시 다른 결의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사실 이지현과 배해선은 몇 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조연 여배우들이다. 종편은 물론 OTT까지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얼굴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배해선은 2021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은 물론 새로 생긴 OTT까지 넘나들며 다양한 드라마에 등장했다. 특히 2021년에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차정원, <해피니스>의 오연옥 그리고 2022년 <지금부터 우리 학교는>까지 정치인 혹은 정치력 있는 여성 인물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특히 배해선이 만들어가는 캐릭터의 매력은 냉정한 포스와 이지적인 눈빛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면이다. 이 때문에 배해선은 그녀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반전의 키를 쥐거나 비밀을 자아내는 장면들을 능숙하게 보여주었다. 아니면 JTBC <구경이>에서 악당 K 옆에 있는 비밀스럽고 희한한 중년여성 정연으로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해선이 강하고, 날카롭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화면을 잡아끈다면 이지현은 반대편 끝에 서 있는 배우다.

시청자는 이지현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미 이 캐릭터의 마음을 다 읽는 것도 모자라 함께 울먹울먹해진다. 2020년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병원 침상에 누운 아들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특별출연 한 장면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그 회차를 다 사로잡았다.
다만 배우 이지현은 기존의 억척스러운 모성의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결의 캐릭터를 몇 년 동안 만들어왔다. 왜 그런 엄마들 있지 않은가? 순둥순둥하고 착해서 오히려 자식 입장에 답답하고 마음 아프고 감싸주고 싶은 엄마들. 2017년 JTBC <더 패키지>의 한복자를 시작으로 그런 엄마의 롤을 만들었던 이 배우는 계속해서 그런 모성의 모습을 변주해낸다.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 학교는>에서는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아들을 찾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타게 아들을 불렀다. 거기에 결말은 좀비로 변하기까지.

한편 이지현은 현재 방영중인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 클럽>에서는 또 다른 연기의 결을 보여주는 중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지현은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들 아이들의 담임으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에서 이지현은 중년의 초등학교 선생님을 그대로 모셔온 듯한 디테일한 연기로 쟁쟁한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잔잔한 포스를 발휘한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어머니들과의 면담에서의 말투 등 진짜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분위기로 극의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이다. 그 동안 본인이 만들어온 연기 스타일과는 미묘하게 다른 결로 연기를 하는 부분도 흥미로운 점이다.

사실 배해선, 이지현 두 배우 모두 감초 조연이라고 부르기가 좀 미안한 부분도 있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동시에 배우 각자의 독특한 개성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배해선과 이지현은 올해 상반기에도 SBS <왜 오수재인가>와 KBS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를 통해 조만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신기하게도 두 배우 모두 계속해서 작품을 하지만 이상하게 이들의 연기가 질리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흔드는 강인한 배우와 시청자와 감정의 호흡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감성의 배우는 언제나 매혹적이기 때문에.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웨이브, tvN, JTBC, 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