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 논란과 감동 오간 임창정·서하얀 부부가 말해주는 것
진정성과 재미 사이, ‘동상이몽2’의 갈림길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난주 SBS 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 출연한 임창정 부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갑자기 삼겹살집을 하겠다며 이종혁과 함께 돼지 반 마리를 부위별로 사갖고 집에 와서 구워 먹는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철없는 남편’ 콘셉트로 채워졌다. 전혀 사업성 없어 보이는 일에 무작정 뛰어들려는 남편 임창정과 그걸 답답한 시선을 바라보는 아내 서하얀의 분노, 그리고 옆에서 그걸 얇은 귀로 들어주며 혹하는 이종혁의 구도는 전형적이다.

이런 광경은 <동상이몽2>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콘셉트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 대해 너무 다른 생각을 하는 남편과 아내의 갈등. 그리고 그것이 부딪치기도 하지만 결국 화해하는 이야기. 사실 그것은 ‘동상이몽’일 수 있는 타인으로 만난 존재들이 그래서 겪게 되는 갈등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주 방영된 임창정 부부의 이야기가 유독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데는 몇 가지 이유들이 더해져 있다. 무려 18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부부인데다, 전처의 아이들까지 있는 재혼가정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임창정이 많은 걸 챙겨줘야 할 것 같지만, <동상이몽2>라는 관찰카메라가 포착해내는 장면들은 대부분 아내가 집안일은 물론이고 회사일까지(같은 회사의 직원으로 일을 한다) 도맡아하는 모습들이 많았다.

그러니 이런 광경들이 겹쳐져 여기에 새로운 사업 운운하며 철없는 모습을 보이는 임창정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을 터다. 이런 철부지 남자를 세워두고 그 가족이 들여다보며 혀를 차는 구도는 SBS의 관찰예능들이 익숙하게 해왔던 콘셉트들이다. 임창정의 모습에서 <미운 우리 새끼>의 김건모 같은 모습이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소주를 좋아해 정수기통에 소주를 채워 넣고 마시는 등의 거의 기행에 가까운 일들을 벌이던 김건모와, 사업 운운하며 돼지 반 마리를 부위별로 사서 구워 먹는 임창정의 모습은 겹쳐지는 면이 있다.

여기에 마침 서하얀이 SNS에 올린 운전 셀카 사진으로 야기된 논란이 얹어지면서 임창정, 서하얀 부부의 이미지는 더욱 추락하게 됐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도 문제였지만, 두 아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된 것. 이 사진은 과거 2017년 임창정이 만삭의 아내가 운전하는 장면을 셀카로 찍어 불거졌던 논란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임창정 소속사측은 “실망감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공식사과문을 냈다.

한 주 간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논란들 때문이었을까. 이번 주 방영된 임창정 부부의 이야기는 조금 색다른 모습들로 채워졌다. 물론 함께 차를 타고 가며 서하얀이 나얼 같은 가수들의 가창력을 상찬하며 도발하자 임창정이 운전을 하면서도 애써 초고음의 노래를 부르는 광경은 아슬아슬한 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부가 골프 공부로 따로 지내는 아들 준우, 준성을 찾아 보내는 시간은 남다른 공감과 감동이 있는 내용이었다.

골프내기를 하며 아들들이 서하얀을 챙기는 모습이나, 서프라이즈로 아들들이 생일케이크를 준비하고 엄마에게 마음을 담아 쓴 편지, 그리고 임창정이 과거 아들 친구네 집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으며 잘못했다 빌었던 사연 등은 이 부부가 <동상이몽2>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모습들이었다. 즉 재혼가정이고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는 모자 관계지만 그럼에도 더더욱 사랑하는 그 모습이 사실상 이들 부부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이유일 수 있어서다.

<동상이몽2>는 워낙 오래 방영되어서 이제 관찰카메라에 찍히는 연예인들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제작진이 원하는 콘셉트, 이를 테면 ‘철부지 남편과 분노하는 아내 콘셉트’ 같은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동반하는 재미의 추가가 자칫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고 나아가 출연자들을 비호감으로 만들 위험성도 존재하며 무엇보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걸 제작진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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