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들, 대세 중 대세 ‘스우파’를 내고도 왜 부진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엠넷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댄서들은 지상파 예능을 구원하지 못했다. 지난주 tvN <유퀴즈>를 시작으로 그야말로 올해의 콘텐츠라고 할 만한 <스우파> 스타들의 예능 순회가 대거 이뤄지는 중이지만 반응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저조하다. 기존 시청자들에게 반향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유퀴즈>에서 유재석이 언급했듯 현재 우리는 <오징어게임>과 <스우파>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중장년층을 비롯해 TV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트롯 스타들과 달리 아직 왜곡된 시청률 추세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스우파> 출연진을 게스트로 모신 프로그램 중 원래 소소한 폭의 변동을 보인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마켓> 이외에는 별다른 상승작용은 없었다.

특히 MBC의 상황은 뼈아프다. 이번 주 방송을 위해 홀리뱅의 허니제이를 마지막회 이전에 캐스팅하고 <스우파>의 모든 촬영이 끝난 이후부터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마지막회에서 우승까지 이뤘으니 그야말로 행운의 여신이 손을 들어준 캐스팅이다. 허나 급하게 진행된 촬영 일정 때문인지, 워낙 대형 이벤트가 진행되는 와중이라 일상적이지 못해서 그런지, <나 혼자 산다>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리얼리티를 담아낸다거나 <스우파>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인간미나 매력을 만날 수는 없었다.

화려한 무대가 끝난 뒤 집에서 혼자 먹는 조촐한 소울 푸드나, 반전 매력으로 귀결되는 볼거리는 사람과 상황이 바뀌어도 늘 반복되던 예상 가능한 장면이었다. 뒤이어 나온 화사 편과 마찬가지로 익숙한 접근법에 ‘먹방’ 등의 소재, 본 듯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넣더라도 결국 라면인 해물라면처럼, 마련한 재료는 진귀했으나 다루는 방식은 극히 평범했다.

사실, 방송 초반 허니제이가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운전석에 앉는 장면을 보고 매니저가 없냐며 놀라는 기안84의 멘트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른바 과몰입을 통해 댄서들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높은 대중의 눈높이에 전혀 안 맞는 방송 제작진의 안이한 인식이 그대로 툭 삐져나온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가 끝난 후에도 <스우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독점한 캐스팅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늘 <나혼산>에서 봐왔던 연예인들의 바삐 사는 모습과 ‘순둥이’ 이미지로만 소모했다. 홀리뱅 멤버들과의 후일담이나 미처 듣지 못한 생각들, <스우파>의 여운보다는 제작에 최적화된 이미 구성된 탬플릿을 바탕으로 삼은 듯 진행되면서 특색을 잃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경우 침체라고도 할 수 없고, 간판과 종업원은 그대로 두고 매장의 업종을 바꾼 경우다.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를 주목하는 기획 의도, 거기서 오는 전복된 시선과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은 이제 간간히 찾아온다. 그보다는 혼자 살지 않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나 혼자 산다>라는 평가가 더욱 정체성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나혼산>에 혼자 사는 허니제이가 나왔다면, <전참시>에는 5년째 동거중인 프라우드먼의 모니카와 립제이가 출연했다. 방송하기 전인 지난 5월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브이로그 ‘내 친구 순이’가 <스우파> 이후 히트를 치면서 그 후속에 대한 엄청난 요청이 있었는데, 어쩌면 <전참시>는 그런 팬들의 기대를 달래줄 수 있는 기획이었다.

역시나 무대 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180도 다른 일상으로 접근했다. 그들의 실제 생활공간에서 눈곱도 안 떼고, 순박한 파자마를 입고 연애 이야기에 진심을 보이며 현실자매처럼 지내는 모습은 ‘순이’를 보는 듯한 반가움을 그대로 연출했다. <나혼산>의 허니제이와 마찬가지 접근으로 ‘순둥한’ 모습이나 방송에서 보인 것과 다른 ‘생활력’을 어필했다.

물론 그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우파> 무대 안팎에서 드러난 개성과 매력은 의도나 연출이 아니라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바이브에 대중이 진동을 느꼈다면, 리얼리티를 내세우는 관찰예능에서 볼거리를 정해서 선보이다보니 챙겨볼 정도의 재미까지는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미 여러 유튜브 채널과 개인SNS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크쇼와 관찰예능이 갖는 장점이 다소 무뎌지는 지점도 있다.

앞으로 <스우파> 참가자들을 예능을 통해 만나볼 기회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8팀의 리더 전원이 이달 중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하고, SBS <런닝맨>에도 아이키, 모니카, 허니제이, 리정 등이 등장할 예정이다. 과연 TV예능은 이번 기회를 과거 스타 셰프의 쿡방이나 최근 트로트붐처럼 살려낼 수 있을까. <나혼산>에서 허니제이는 제자들에게 기회는 반드시 오는데, 잡을 수 있도록 매 순간순간 시간 때우지 않고 집중하고 정성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연 <나혼산>이나 <전참시> 등, TV 예능들은 자부심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최근 MBC는 크리에이터 겸 유튜버를 기획자로 초청해 제작한 <피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업력, 비교불가의 전국구 플랫폼, 제작 노하우와 거대한 인프라, 천여 명의 경쟁자 중 고르고 골라 뽑는 고급 인력의 제작PD들을 갖고도 한때 1인 방송이라 칭했던 유튜버를 모셔와 유튜브 콘텐츠를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한편에서 2010년 후반 MBC 예능의 간판이었던 <나혼산>은 외부에서 만들어진 기회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고갈되고 침체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른바 <스우파>라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선 지상파를 비롯해 TV예능만의 방식과 장점, 한계와 매너리즘이 무엇인지 분리하고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물들어올 때 달려가는 이슈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시간을 보낼 뿐 큰 의미가 없다. <스우파>의 붐을 제대로 누리려면 확장이란 콘셉트 아래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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