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항마력(?)으로 돌아온 일상 공감과 재미

[엔터미디어=정덕현] “근데 오늘 시청자 여러분들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될 게 시공간이 오그라들 수가 있어요. 이게 4차, 5차원.. 고차원이예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이렇게 소개한 인물은 바로 배우 이주승. 지난주 출연했던 차서원이 “SNS에서 항마력 테스트 끝판왕”이라는 키의 언급에 박나래가 이번 주 출연한 이주승이 예고편만으로도 만만찮은 고차원 항마력의 소유자임을 이야기한 것이다.
항마력이란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을 보고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흔히 ‘항마력이 딸린다’라는 말로 쓰인다. ‘낯 간지러워 더 이상 못 볼 것 같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주승이 어떤 모습을 보였길래 박나래가 시공간이 오그라들 수 있을 정도의 고차원이라는 표현을 쓴 걸까.

이주승은 아침에 옥상에서 하는 운동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광경을 보여줬다. 기안84가 “무도인의 자세”라고 언급한 것처럼, 효도르 운동법에 봉술은 물론이고 쌍절곤까지 꺼내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어딘지 어린 소년들의 치기 같은 그 모습은 자꾸만 헛스윙과 뒤통수를 때리는 실수로 이어졌지만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이주승은 ‘항마력’이 야기하는 웃음을 선사했다.
자취를 한 후 처음으로 겨울을 맞는다는 이주승은 테라스에 있어 보일러가 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라스를 비닐로 감싸는 월동준비에 들어갔다. 옥상에서 비닐을 내려뜨리기 위해 길이를 줄자로 잰 그는 비닐을 사러가는 길에 사람들이 없을 때마다 시전하는 자신만의 ‘축지법’으로 이를 함께 관찰하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그저 신나서 뛰어가는 아이들처럼 폴짝 폴짝 뛰는 걸 ‘축지법’이라며 진지하게 실행해 보이는 이주승을 보며 기안84는 “나 너무 평범해졌어”라며 새삼 위기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비닐을 사와 얼기설기 엮어서 테라스를 감싸는 과정은 엉성하기 그지없었지만, 이주승은 그 비닐이 의외로 냉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좋아 보일러가 그 후로는 한 번도 얼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로도 그의 엉뚱하지만 꽤 진지하게 해보이는 일상의 면면들이 계속 이어졌다. 촬영 중 내복이 혹여나 보일까 우려되어 가위로 윗부분을 잘라내는 이상한 광경을 보여줬고, 환풍기가 고장 나 요리를 할 때 창밖으로 연기 나는 프라이팬을 꺼내놓곤 하던 이주승은 키의 조언대로 환풍기 필터의 찌든 때를 닦아내다 한쪽 부분을 부서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리를 직접 해보니 그게 효과가 있어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기도 했다.
즉 이주승이 보여주는 건 자취 생활 새내기로서 어딘가 능숙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부딪치며 경험하는 과정들이다. 그걸 너무 진지하게 해 ‘항마력’을 부르는 광경처럼 보이지만, 그런 모습은 찐 자취생들이 겪곤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가 초창기 추구했던 혼자 사는 삶의 리얼한 현실을 끄집어내준다. 이주승의 항마력이 남다른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다.

<나 혼자 산다>는 한 때 부유한 무지개 회원들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그들만의 세상’으로 초심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진짜 서민들의 ‘혼자 사는 삶’에서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일까. 이주승 회원 같은 ‘항마력’ 가득한(?) 찐 자취의 모습은 <나 혼자 산다>의 본래 모습을 찾아내준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의 짠내 나는 공감대와 더불어 그래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비롯되는 빵빵 터지는 웃음도 빼놓을 수 없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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