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수재인가’, 압도적이고 독보적인 독한 캐릭터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서현진인가를 입증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 단 한 회 만에 서현진은 오수재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온전히 세워 놓았다. TK로펌에서 고졸 출신 여성 변호사로 멸시받아왔던 인물. 개무시 당하고, 회의실에 들어가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술자리에 불러 도우미 대신 술 따라라 시키기도 했고, 자기 보고서를 자기 것인 양 이름을 바꿔치기 당하기도 했던 인물. 고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력 차별에 유리천장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왔던 인물이 바로 오수재다.

그 오수재는 결국 로펌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여성 대표 변호사 자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걸 이루기 위해 이 인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양심이나 소신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의뢰인이 이길 수 있는 길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선택한다. 대기오염 수치를 허위보고 했다는 내부고발자의 뒷조사를 해 뒷돈을 받는 사진을 찍고, 뱃속에서부터 그 오염된 공기를 마셔 아이가 아프다는 부모의 증언을 사실은 그 부모가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과 학대까지 한 정황을 찾아내 뒤집는다. 대표 변호사 자리에 앉기 위해 고문단의 한성범 회장(이경영)의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의 비리자료들을 털어내고, 결국 대표 변호사가 된다.

한마디로 원하는 목표를 위해 사회 정의 같은 건 관심도 없고, 오로지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 물어뜯는 오수재다. 그런데 그런 독한 선택들이 그에게 아무런 흠집을 내지 않는 건 아니다. 정치인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피해자조차 약점을 잡아내고, 같은 여자로서 피해자를 이렇게 해도 되냐고 강변하는 그를 꽃뱀으로 몰아세우며 가족들까지 운운하며 협박한 일이 승승장구하던 그의 얼굴에 피를 묻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오수재가 퇴근해 나오는 길에 그 건물에서 뛰어내린 피해자는 처참하게 피를 흘리며 사망한다.

하얀 옷차림에 하이힐로 모두의 콧대를 눌러버리고 대표 변호사라는 꼭대기에 올라선 순간, 그 피해자의 자결은 그의 옷에 얼굴에 핏자국을 남긴다. 거울 앞에 선 오수재가 자신의 피 묻은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은 마치 자신의 실체를 드디어 마주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껏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뭐든 밟고 올라섰던 그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왜 오수재인가>는 괴물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여성 고졸 출신 변호사 오수재를 통해 사회가 가진 학력과 성차별적인 현실을 끄집어낸다. 그러면서 그걸 뒤집기 위해 독하게 살아낸 오수재가 결국은 괴물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얼굴에 튄 피해자의 피 때문에 대표 변호사에서 잠시 물러나 로스쿨 교수로 오게 된 오수재는 과연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현재는 괴물이 됐지만, 과거 오수재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의뢰인에게 자신은 “믿는다”고 말해주기도 했던 그런 인물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밑으로 추락한 오수재는 과연 과거의 자신을 되찾아갈 수 있을까. 그의 앞에 나타난 로수쿨 학생 공찬(황인엽)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왜 오수재인가>는 오수재라는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과연 그가 독하게 싸워 올라가려 했던 그 삶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는가를, 또 그것이 그 자신을 위한 일이었는가를 묻는다. TK로펌 최태국 회장(허준호)는 물론이고 그곳 변호사들이나 고위층의 고문단 사람들이 보여주듯, 오수재는 “부려먹기 좋은 년”이었을 뿐이었다. 그 독기를 로펌은 이용했던 것이고, 그래서 그의 승승장구는 사실상 자신을 조금씩 망가뜨리고 갉아먹은 결과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공찬을 통해 괴물이 되어버린 오수재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그 과정은 그래서 치열하게 저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진짜 삶의 가치와 행복이 어디서 찾아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넬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독하디 독한 오수재라는 인물의 면면을 먼저 제대로 세우는 일이 이 드라마에서는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서현진은 그걸 한 회 만에 이뤄냈다. 베일 듯한 살벌한 눈빛으로 실제 독이 튀어나오는 듯한 독한 말들로 오수재라는 인물을 세웠다. 왜 오수재라는 인물에 서현진이어야 했는가 하는 걸 첫 회 만에 제대로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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