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수재인가’, 첫 단추 어설펐지만 현실감 있게 흘러간다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고졸 출신의 얼음처럼 차가운 로펌변호사 오수재의 인생을 다루는 드라마다. <왜 오수재인가>는 드라마 초반부터 주인공 오수재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등장한다.

오수재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가리지 않아 독한 년, 미친 년 소리를 듣는 냉혈한 변호사다. 언뜻 2017년 KBS <마녀의 법정>의 독종검사 마이듬이 떠오르지만 결은 완전히 다르다. 마이듬 쪽이 적당한 코미디였다면, <왜 오수재인가>는 직선적이고 강렬한 법정 드라마의 노선을 택한다. 당연히 여주인공 오수재의 얼굴에 미소나 유머는 없다.

첫 회부터 오수재는 성공을 위해 상대 여성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피해자가 오수재의 면담 이후 자살하면서 그녀의 삶에 풍파가 인다. 그녀의 소속 대형로펌 TK에서 가뜩이나 적이 많았고, 그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오수재를 휴직 처리 해버린 것이다.

이후 오수재는 로스쿨 겸임교수로 밀려나게 된다. 여기에서 10년 전 미묘한 인연으로 만난 공찬(황인엽)과 학생과 교수로 재회하면서 로맨스의 기류도 쌓아놓는다. 당연히 서브남으로는 오수재가 과외선생으로 지도했던 로스쿨 2학년생 최윤상(배인혁)이 있다.

<왜 오수재인가>는 냉정한 오수재가 냉정한 프로 변호사에서 결국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법정 싸움과 로맨스를 통해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왜 오수재인가>는 배우 서현진의 시선에서 집중해 오수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메인으로 밀어붙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왜 오수재가 대단한 법조인인가는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의 편법 외에 달리 뭔가를 보여줄 만한 요소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수재 외에 오수재가 겪는 사건의 설정이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왜 오수재인가> 2회의 성추행 로스쿨 교수 사건에 대한 진행은 너무 식상하다. 그간 소위 ‘개저씨’라고 평가받는 악질 중년남성 캐릭터들은 드라마에 종종 등장해왔다. <왜 오수재인가>의 로스쿨 교수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하무인에 여학생과 여성 동료에게 성추행을 일삼으며 남학생에게 주먹질까지 일삼는다. 당연히 그는 시청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뭔가 아쉽다. 지성인이 모이는 로스쿨, 그 세계의 교수라면 은밀하게 가스라이팅처럼 상대를 조종하는 인물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너무 흔한 악역인데다가 또 입전개로 전개되는 사건이어서 작위적이고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왜 오수재인가>는 분명 여주인공 오수재가 중심이 되는 원톱 드라마다. 그녀의 성공과 고뇌, 로맨스가 중심이다. 하지만 분명 스타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이기도하다. <왜 오수재인가>는 일단 주인공의 인상적인 각인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왜 능력 있는 법조인인가는 잘 납득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모쪼록 법정물의 사건 전개가 초반처럼 긴장감과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왜 오수재인가>는 JTBC <이태원 클라쓰>처럼 그냥 ‘짠짠 성공했어요’, 로 흘러가도 되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왜 오수재인가>는 초반에 주인공 캐릭터 주변에 무거운 베이스를 많이 깔아놓았다. 대형 로펌의 문제, 정계와 법조계의 연줄 등 굵직한 서사들이 그것이다. 비록 첫 단추는 어설펐지만 오수재의 인생 이야기와 법조계의 거대한 사건 이야기들이 현실적이고 긴장감 있게 맞물린다면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흘러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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