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자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나, ‘우영우’가 감동적인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자 저기 좀 보세요. 변호사님들한테 소덕동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실 종이에 적힌 숫자로만 보면 소덕동은 참 초라한 동네예요. 주민 수도 적고 땅값도 싸니까요. 근데 직접 와서 보면 그렇지가 않거든. 김장훈도 살고 손흥민도 살고 테레사 부녀회장도 살고 유진 박도 사는 대단한 동네입니다. 보호수도 못되는 주제에 이 팽나무는 또 얼마나 멋집니까. 예? 그렇게 막 밀어버려도, 그렇게 막 사라져버려도 괜찮은 그런 동네는 아니란 말입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소덕동 이장(정규수)은 변호를 맡긴 한바다 변호사들을 굳이 자신들의 동네로 데려가 직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그곳의 삶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준다. 도로가 가운데를 지나가게 되어 이제는 사라져버릴 위기에 놓은 소덕동. 이장 말대로 소덕동은 문서들에 적힌 수치로만 보면 도로 하나 지나가도 아무 문제 없을 것만 같은 초라한 동네다. 그래서 이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직접 그곳까지 변호사들을 데려간 것이었다.

그곳에는 해마다 자기가 농사지은 쌀을 꼬박꼬박 기부하는 기부천사 ‘소덕동 김장훈’도 살고, 우승까진 못했지만 4강 진출의 주역이었던 ‘소덕동 손흥민’도 살며,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옆 동네 목욕탕을 매번 데려가고 설렁탕도 대접하는 ‘소덕동 테레사 부녀회장’도 산다. 그들은 물론 진짜 김장훈도 손흥민도 테레사 수녀님도 아니지만, 적어도 소덕동에서는 그들만큼 소중한 사람들이다.
마을 곳곳에 붉은 팻말들이 꽂혀 있어 그곳이 이제는 말끔하게 밀어내져 도로가 될 거라는 걸 말해주는 소덕동. 그곳을 걷던 변호사들은 마을 전체를 넉넉히 지켜주는 것만 같은 거대한 팽나무를 보고는 감탄한다. 진짜 천연기념물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소덕동 주민들에게는 ‘소덕동 천연기념물’로 불리는 그 나무. 이장은 그 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관이면 어떻습니까? 소덕동 사람 중에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 없고, 기쁜 날 저 나무 아래서 잔치 한 번 안 연 사람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 번 안한 사람이 없어요. 감투 하나 못썼지만 우리 마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당산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그 나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애정은 천연기념물 급이다. 그 나무는 바로 그들의 삶을 함께 한 동반자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가져온 ‘소덕동 이야기’는 우리가 ‘약자(혹은 소수, 마이너)’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든다. 도로가 나면 그 주변 신도시는 땅값이 올라 수혜를 입겠지만, 정작 그 도로가 지나가는 곳에는 폐허가 되어버린다. 단지 주민이 적게 살고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또 그 희생(?)으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는다는 논리로 약자는 그렇게 눈앞에서 함부로 치워져도 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가.

소덕동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우영우로 대변되는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영우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그의 아버지가 로펌 대표 한선영(백지원)을 만난 일로 우영우의 취직을 ‘부정 취업’이라 재단하는 권민우(주종혁)는 ‘공정’의 논리를 내세워 공격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최수연(하윤경)이 “그냥 영우를 괴롭히고 싶은 거면서 정의로운 척 하지 말라”며 “왜 강자는 못 건드리면서 영우한테만 그래요?”라고 묻자 권민우는 심지어 우영우가 약자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우영우가 강자예요! 모르겠어요? 로스쿨 때 별명도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였다면서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 하면 안돼.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과연 우영우는 부정 취업을 한 것일까. 아니면 한선영의 판단에 의해 정당하게 취직한 것일까. 아니 나아가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으로 다소간의 사회생활에 불편함은 있지만 변호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그 기회를 주는 것을 ‘부정 취업’으로 봐야할까. 그보다는 배려라고 봐야 되는 게 맞지 않을까.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이렇게 약자를 배려하고 돕는 것 때문에 그 약자가 오히려 강자라고 말하는 논리는 맞는 걸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는 건 과연 우리 사회에 건강한 일일까.
약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재단하고 지워버리는 사회. 그건 소덕동과 우영우가 똑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그래서 이들이 약자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그런 존재들이 아니라는 걸 애써 강변하고 있는 그 태도 때문이다. 조금 소외되어 있지만 직접 찾아가보거나 만나보면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하는 걸 애써 말하고 있는 드라마. 이러니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질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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