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것의 승리, ‘모범형사2’는 여기에 걸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형사들 어딘가 다르다. 우리가 형사물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런 형사들처럼 폼 잡지 않는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기 위해 죽어라 뛰어다니지만, 거기에 영웅적인 면모를 부여하진 않는다. 용의자를 뒤쫓다 칼에 맞고 뒤통수를 맞아 병원에 실려 와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 하드보일드한 형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동료가 죽었을까봐 자책하며 펑펑 울고,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치 연인처럼 껴안고 눈물 흘린다.

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의 형사들은 이렇다.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 같은 카리스마는 1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이 형사들에게 눈이 간다. 폼 나는 카리스마가 아닌 끈끈한 동료애와 힘들어도 최소한 지켜야할 걸 지키려 애쓰는 ‘인간적인 면들’ 때문이다. 이들이라고 어찌 승진을 꿈꾸지 않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누군가 제안하는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을까.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쪽팔린 건 못 참는’ 형사들이다.

강력2팀이 수사하는 정희주 살인사건의 키를 쥔 기동재(이석)를 잡기 위해 추격하다 지만구(정순원)는 칼에 맞고 변지웅(김지훈)은 뒤통수를 맞아 죽을 뻔하지만, 기동채는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광수대 팀장 장기진(이중옥)에게 붙잡혔다. 그 광경에 강력2팀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력2팀의 강도창(손현주)은 협조를 요청하지만 장기진은 이를 거부한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고 그래서 이를 덮으려는 티제이그룹 법무팀 과장 최용근(박원상)으로부터 은밀한 제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완강하게 거부하고 심지어 조롱하듯 대꾸하던 장기진은 강도창이 하는 한 마디에 마음이 흔들린다. “우리 팀 형사 둘이 다쳐서 병원에 있어. 기동재 그 놈이 칼로 찌르고 개 패듯 팬 거야. 다친 그 놈들 내 동료이기도 하지만 너하고도 같은 경찰 동료야.” 결국 기동재를 추궁하고 뺨까지 때린 이유로 그를 추궁하는 서울광수대 대장 정치수(차순배)에게 장기진은 말한다. “제가 목숨 걸고 지금까지 이 바닥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가 뭔데요? 내 동료가, 내캉 같은 밥 먹는 경찰 동료가 날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기동재 같은 새끼를 그냥 곱게 놔주면은 예 쟤들이 과연 낼 믿고 목숨 걸고 현장에 뛰어들 수 있겠습니까?”

유혹 앞에 흔들렸지만 적어도 동료들 앞에서 쪽팔린 건 못 참는 장기진은 그걸로 광수대 팀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 하지만, 티제이그룹의 힘은 더 막강하다. 그런 장기진을 더 큰 유혹으로 무릎 꿇리려 한다. 즉 팀장 자리가 아닌 광수대 대장 자리에 장기진이 오르게 윗선을 움직여 인사발령 낸 것. 즉 <모범형사2>는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지켜야 할 건 지키는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형사들과, 이를 유혹하고 흔드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권력자들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강도창을 위시한 강력2팀은 바로 이 ‘인간적인 형사들’이라는 판타지를(현실이었으면 하지만) 담은 인물들이다. 강도창과 강력2팀의 해야 할 것을 하는 형사들은 주변 인물들을 쪽팔리게 만듦으로써 이들이 하고 있는 ‘꼴통 짓’ 같은 수사를 지지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력2팀을 이끄는 인천 서부 경찰서장 문상범(손종학)이다. 티제이그룹 법무팀 과장 최용근은 그의 딸 문보경(홍서영)을 일부러 법무팀에 들이고 이를 볼모로 강력2팀에서 벌이는 수사의 정보를 캐거나 혹은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다.

문상범은 그래서 강력2팀이 정희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티제이그룹 우태호(정문성) 법무팀장과 천상우(최대훈) 부회장을 수사하는 것이 마뜩찮고 불편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강력2팀에 대놓고 말한다. 그건 그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딸을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유한 오지혁(장승조)이 문상범의 딸을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자신이 가진 건물에 입주한 로펌에 딸을 취직시켜주겠다고 말하자 문상범은 금세 화색을 띠며 돌아선다. 어서 수사하지 않고 뭐하냐고 일갈한다.

이건 코미디로 풀어낸 판타지지만 시청자들은 강력2팀이 가진 이러한 인간적인 매력의 판타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쉬운 길과 유혹 앞에 흔들리지만 같이 고생하는 동료들이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끝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현실은 가진 자들과 그들의 힘의 논리에 동조하고 동료를 배신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만, 적어도 무엇이 쪽팔린지는 아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인간미’의 승리. <모범형사2>는 바로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