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2’, 손현주·장승조 콤비의 대역전극을 기대하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는 여러모로 올봄 극장가에 햇살을 비춘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와 맞닿아 있다. <모범형사>는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 콤비를 중심으로 한 인천서부서 강력2팀이 어떠한 방해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야기이고, <범죄도시> 또한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을 배경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범죄수사물인데다 범죄는 잔혹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코믹한 톤을 취하는 점도 같다. 두 시리즈 모두 입소문을 타고 후속작이 더 큰 흥행을 거뒀다. <범죄도시2>는 천 만 관객을 가볍게 돌파하며 1편보다 두 배 가까운 흥행정적을 냈다.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모범형사> 시즌1의 시청률은 14회에 이르러 7%를 넘어섰지만 시즌2는 그보다 배나 빠른 페이스로 8회에 7%를 돌파했다.

두 콘텐츠의 세계관 모두 누가 알아주지도 어떤 포상이나 지원 없이도 자신의 직무와 역할에 목숨을 걸고 충실히 임하지만 꼴통 취급받는 형사들이 고군분투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막고 악인들을 처단한다.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범인을 어떻게 잡아 진실을 규명할 것이냐의 과정을 중요하게 보여주는데, 외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타협은 절대 없다. 물론 장르적 재미와 볼거리 요소는 다르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최일선에서 구축하는 열혈 형사들의 활약을 보며 얻는 통쾌한 카타르시스, 다소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결말이란 공통분모에 대중들은 반응했다.

그러나 방법론은 크게 다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엄청난 완력을 가진 액션 히어로의 면모에 코믹함을 버무려 인간미를 드러낸다면 <모범형사>시리즈의 형사들은 ‘꼴통’ 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액션 히어로도, 천재 프로파일러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게 중간 이상은 가는 지방 형사다. 하지만 엘리트 집단이지만 부패하고 무능하며 피해자에 대해 진심이 없는 서울 광수대와의 대립을 통해 언제나 얼마나 어려운 길을 택하는 꼴통임을 인증한다. 특히 자신의 잘못된 수사에 대한 자책으로 중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강도창은 잘못을 시인하고 고뇌하며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 한편 시행착오 속에서도 끝까지 추격해서 기어이 진실을 바로잡고 마는 언더독의 승리를 향해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나의 굉장히 매력적인 설정을 가져온다. 형사, 검사가 타락하고 권력의 개가 되는 건 그간 뉴스나 <모범형사> 시리즈만 봐도 출세욕과 물욕 때문이다. 그런데 오지혁 형사는 ‘일개’ 형사지만 이런 현실적 욕망을 초탈한 재력은 물론 출중한 외모와 지적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실을 초월한 뉴타입의 히어로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고 강남에 큰 로펌이 입주할 정도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한도가 있는 카드를 가져본 적 없다. 가장 큰 고민은 불어나는 재산세와 이자소득세다. 몇 백 수준의 월급 명세서는 한 번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더 이상 재산 불리는 데 욕심이 없어서 재벌과 맞서도 소위 꿀릴 게 하나도 없다. <이태원클라쓰>에서 말한 소신을 지키며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울타리를 이미 갖춘 현실판 히어로 설정은 인천서부서 강력2팀 꼴통들에게 엔진을 달아준다.

물론 이런 판타지를 가져오고 ‘상식적인’ 형사들을 꼴통으로 표현하고, 그런 이들에게 응원과 위안,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네 현실이 꽤나 삭막하고 텁텁하다는 뜻이긴 하다. 최근 대중들은 ‘잘 될 거야’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메시지, 에너지가 깃든 스토리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범인을 추적해 바로잡는 형사 본연의 임무를 우직하게 해내는 <모범형사2>가 전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게다가 다른 형사물과 다르게 <모범형사> 시리즈는 피해자와 그 유족을 서사의 한 주체로 끌어들여서 그들의 이야기, 삶, 그리고 왜 형사가 적당히 사건을 대하면 안 되는지 보여준다.

확실한 메시지가 두드러지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뛰어 노는 극의 장르적 완성도도 탄탄하다. 아니 극본에 대한 자신감이 단단하다. 8화를 분기점으로 이제 연쇄살인마를 넘어 티제이 그룹과의 결전이 시작된다. 모든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긴장이 최고조다. 천상우 부회장(최대훈)의 안하무인 태도에 공분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뻔뻔하고 가증스런 천나나(김효진)의 행보에 소름이 돋는다.

이들과 정면 대결을 앞두고 구석에 몰린 인천 서부서 강력2팀은 현실이란 이름으로 갖은 타협의 순간에 놓이는 우리의 일상을 닮았다.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처럼 그려지긴 했지만 경찰과 검찰의 부패는 물론이고 국가를 좌우하는 대기업과 각을 세울 경우 조카의 십여 년 뒤 취업과 건너건너 아는 사람의 사업 차질, 치킨가게 상권 침해, 전세 문제까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갖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부조리가 그리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먹고 사는 현실 경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줄 알았던 천나나와 천상우의 대립, 오지혁과 천나나의 대결 구도, 천상우와 피해자의 할아버지인 정인범(박근형), 서울 광수대와 인천 서부서 강력2팀의 긴장관계가 비로소 본격화되고 있다. 범인이 선명해진 상황에서 갖은 외압과 어려움 속에서 꼴통 형사들이 현실이란 갖은 장애물을 뛰어넘어 대역전극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궁금해진다. 결국은 강도창, 오지혁 형사가 바로잡긴 할텐데 그 길에 어떻게 이를지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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