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이 흙수저 자매들을 통해 대결하려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보현 팀장. 스카이 출신에 큰아버지가 은행장이랬지? 민현지. 아이비리그에 시댁이 장관급이고, 강주은. 이대 나오고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잖아. 그리고 너. 너를 생각해 봐.”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14층 왕따 화영(추자현)은 13층 왕따 인주(김고은)에게 그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그들에게는 수저로 나뉘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빵빵한 배경을 가진 부모와 그로 인해 대물림되는 부로 나뉘는 세계에서 인주와 화영은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존재들이다. “인주는 2년제 회계학과에 흙수저, 그리고 이혼녀”로 그 존재가 규정되고, 화영은 그보다도 못한 “고졸에 무수저, 결혼시장에 나가본 적도 없는 도태녀”로 규정되는 인물들이다. 화영은 분명히 이 차이를 느끼고 있고, 그들이 왕따인 자신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그건 ‘혐오감’이란다.

자신의 생일에는 케이크에 불 켜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인주는 동생 인경(남지현)과 막내 인혜(박지후)의 생일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주는 걸 기쁨으로 생각하고, 가난해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걸 꿈도 꾸지 않는 예고생 인혜가 그 여행을 갈 수 있는 돈을 기꺼이 마련해준다. 하지만 그 돈을 갖고 도망치는 엄마 앞에서 이들의 가난은 대물림 정도가 아니라 아무리 해도 벗어나지 못할 족쇄처럼 느껴진다.

<작은 아씨들>이 첫 회에 깔아놓은 건 이처럼 빈부로 수저의 색깔로 분명히 나눠지는 자본화된 삶의 풍경이다. 여기에는 인주네 자매들로 대변되는 흙수저의 삶이 있는 반면, 원기선 장군의 딸에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미술관과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원상아(엄지원) 같은 금수저의 삶이 있다. 또 겉으로는 흙수저였던 과거를 가장해 그들을 너무나 이해해주는 척 하며 실상은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을 잡으려는 원상아의 남편 박재상(엄기준) 같은 삶도 있고, 회사의 불법 비자금 700억을 털어 단 며칠간이라도 금수저의 삶을 계획하는 화영 같은 삶도 있다.

흥미로운 건 이미 첫 회에 드러난 팽팽한 대결구도다. 과거 보배저축은행 사건의 배후라 의심되지만 겉으로는 청년들의 든든한 부자 아버지가 되어주겠다며 박재상재단을 설립한 박재상 같은 인물이나, 그런 정치인들에게 뒷돈을 대기위해 15년간이나 화영과 함께 불법 비자금을 운용해온 신현민(오정세) 이사 같은 인물들과 각각의 이유로 얽혀버린 세 자매의 대결구도가 그것이다.

첫째 인주는 자살해버린 화영이 남긴 거액의 돈 때문에, 그 돈을 찾으려는 신현민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됐고, 사회부 기자로 박재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온 둘째 인경은 바로 그 박재상과 대결하게 됐다. 그리고 막내 인혜는 바로 그 박재상의 딸 효린(전채은)과 친구로 그와 함께 그림을 그려주는 대가로 그의 엄마 원상아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다. 결국 세 자매는 저마다 돈으로 얽힌 사건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과연 이 자매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찢어지게 가난해 동생이 수학여행 가는 비용을 대는 일도 힘겨워 하는 이들 앞에 갑자기 돈다발이 가득 채워진 배낭이 남겨졌다. 같은 왕따로 서로를 공감했던 화영이 인주에게 남긴 돈다발. 그걸 발견하고는 너무나 놀라 주저앉은 인주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런데 그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돈을 남긴 것에 대한 놀라움과 고마움의 감정일까 아니면 그렇게 죽어버린 화영에 대한 안타까움이 깃든 감정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뒤섞여 있는 감정일까.

자매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돈으로 재단되고 나뉘는 저들의 속물적인 세상 속에서 이들은 그래도 최소한 저들과는 다른 선택을 보여줄까. 또 그런 선택은 이들을 얼마나 위험천만한 위기 상황 속으로 몰아넣을까. 그리고 자매들은 그 위기 속에서 어떤 끈끈한 그들만의 결속과 유대를 보여줄까. 첫 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궁금증과 더불어 어떤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들이 대결하려는 저 세계와의 팽팽한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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