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찢남’, 뻔한 무인도 생존기를 훌쩍 뛰어넘은 비결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예능에서 무인도가 등장하면 어느 정도 그림이 예상된다. 좌충우돌 무인도 생존기가 펼쳐지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의 무인도는 이러한 뻔한 무인도 생존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것은 ‘만화를 찢고 들어간 남자들’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제목에 담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관이 있어서다.
주호민, 이말년, 기안84 그리고 주우재를 해외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찍는 것처럼 깜박 속여 이 무인도로 데려오는 과정을 보면 제작진이 얼마나 철저히 준비를 했는가가 느껴진다. 실제로 태국까지 여행을 보내주고 그래서 제작진을 믿게 만든 후, 다음 여행지가 몰타라고 속여 리무진까지 태워주는 ‘공을 들인’ 것. 굳이 이렇게까지 한 건 이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 무인도로 가게 됐다는 걸 알았을 때의 실망감을 극적으로 포착하기 위함이다.

예상대로 한껏 언짢은 표정으로 무인도에서 제작진을 마주한 이들은 그 허탈해하는 광경만으로도 웃음을 줬다. 그런데 황재석 PD의 한 마디는 이 무인도 생존기를 색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이 공간은 누군가가 그린 만화 속이에요. 그 동안 작가님들 작가님으로서 만화를 그리고만 사셨잖아요. 오늘부터는 작가님들이 이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되셔서...” 매일 공개되는 만화 속 장면을 그대로 재연해내는 ‘마감’을 해내야 ‘섬페이’를 지급받고, 돈이 있어야 물품을 구입해 무인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은 만화와 리얼리티가 겹쳐진다는 점에서 이 무인도 생존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누군가 그린 만화 속 내용 그대로 무인도에서 불을 피우고, 모래 속에 묻혀 잠든 모습을 연출하며, 마치 야생 속 원시인이 된 것처럼 풀로 중요부위만 가린 채 누워 있는 모습을 재연해낸다. 즉 누군가 그린 만화가 일종의 ‘스크립트’가 되고, 이들이 섬페이를 받기 위해 그대로 한 재연은 만화 속 한 장면처럼 연출된다.

무인도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해서 돈을 버는 설정 자체는 만화 같은 허구적 느낌을 주지만, 그걸 해나가는 과정들은 실제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리얼리티가 담긴다. 생 리얼의 재미요소와 더불어 만화적 설정이 만들어내는 게임적인 묘미가 더해지고, 이를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저마다 개성 강한 주호민, 이말년, 기안84 그리고 주우재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만찢남>이라는 이 만화 속 세계에 들어온 네 남자들의 캐릭터가 만화 같다는 점이 이 신박한 세계관을 더 잘 살려내는 힘이 된다. 맏형이지만 민머리 하나로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주호민이나, 투덜대면서도 무인도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의 활용도를 찾으려 애쓰는 이말년 그리고 쓸데없는 예술혼을 부려 모두를 헛웃음 짓게 만드는 기안84에 허당기 가득한 막내 주우재까지 더해지니 이들의 무인도 생존기는 한 편의 코믹 만화 같은 ‘기행’들로 가득 채워진다.

중간 중간 만화 속 컷을 연상시키는 연출들이 효과적으로 배치되고, 그래서 리얼리티와 만화 속 이야기가 넘나드는 <만찢남>은 바로 그 세계관 덕분에 향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2회까지만 해도 어쩌다 이 세계에 떨어진 네 남자들이 당하는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지만, ‘그려서 세계 속으로’라는 이 세계관의 특징을 간파한 네 남자들이 상황을 역전시키는 이야기가 향후 펼쳐질 거라는 걸 예고편은 보여준다. 게다가 향후 새롭게 등장할 게스트들이 어떤 이야기의 변화를 가져올지, 또 도대체 이들에게 미션을 주는 ‘설계자’가 누구이고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