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이돌 공연 같았던 라포엠 ‘디 알케미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유채훈! 박기훈! 최성훈! 정민성! 라포엠! 파이어!” 음악 중간의 빈자리에 관객들의 응원이 채워졌다. 곡 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가득했고, 심지어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중간에 아바의 곡 메들리가 이어질 때는 공연장이 클럽이 된 것처럼 모든 관객이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고 흥겹게 춤을 따라 췄다. 순간 아이돌 공연을 보러 온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 이것이 지난 26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펼쳐진 라포엠 앨범 발매투어 <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공연의 풍경이었다.
2020년 방영됐던 JTBC <팬텀싱어3>의 우승팀이었던 라포엠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 크로스오버 그룹이다. 유채훈, 최성훈, 박기훈, 정민성 모두 성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다채로움을 갖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도 새 앨범인 <디 알케미스트>의 수록곡은 물론이고, ‘황금별’이나 ‘원스 어 폰 어 드림’ 같은 뮤지컬 넘버, 정훈희의 ‘안개’, 강승모의 ‘무정블루스’, 선미의 ‘보랏빛 밤’,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블랙핑크의 ‘셧 다운’ 등등 트로트부터 재즈, 록 심지어 걸그룹의 음악까지 라포엠만의 색깔로 들려줬다.

<디 알케미스트>, 즉 연금술사라는 앨범명이 그저 붙은 게 아니었다. 유채훈과 박기훈 그리고 최성훈과 정민성의 목소리는 그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유채훈은 맑은 미성으로 극강의 고음까지 소화해내는 시원시원한 테너라면, 최성훈은 어딘가 음악에 영혼을 그려 넣는 것 같은 카운터테너다. 박기훈이 곡을 밀고 나가는 힘을 부여하는 불꽃테너라면 정민성은 곡에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귀요미 바리톤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소리들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연금술사’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는 팀 조합이다.
이 공연이 진짜 연금술 같은 크로스오버의 향연을 보여준 건, 다양한 장르와 색깔의 곡들이 라포엠을 통해 그들만의 재해석된 곡으로 재탄생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헤어질 결심>으로 재조명됐던 곡 ‘안개’는 청룡영화제에서 정훈희와 라포엠이 함께 불러 인연이 된 곡인데, 라포엠 완전체가 다시 부르는 무대는 네 명이어서 완성된 또 하나의 크로스오버 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특히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나 블랙핑크의 ‘셧 다운’ 같은 걸그룹의 곡을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원곡과는 완전히 다른 라포엠의 매력이 담겨진 무대가 만들어졌다.

또 중간에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한 후 각자가 솔로로 사랑과 관련된 곡을 부르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박기훈은 <미스터 션샤인>의 OST로 들어갔던 황치열의 ‘어찌 잊으오’를 절절한 감성을 더해 불렀고, 정민성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명곡 ‘황금별’을 불러 바리톤 음역대 이상까지 소화할 수 있는 가수라는 걸 보여줬다. 또 최성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을 카운터테너 특유의 감성으로 소화해냈고, 유채훈은 이소라의 ‘믿음’을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성을 얹어 관객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 공연을 함께 만들고 사실상 완성시키는 존재로서의 라포엠의 팬덤 ‘라뷰’의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아이돌 공연에서야 익숙한 것이지만, 중장년 팬층이 두터운 라뷰가 응원봉을 들고 노래에 맞춰 호응하며 사전에 맞춰진 ‘응원법’에 따라 함성을 질러대는 모습은 이제 팬덤에 세대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라포엠은 그래서 클래식부터 팝까지, 또 가요에서 월드뮤직까지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그룹으로서 팬덤에 대한 선입견이나 세대 장벽까지 훌쩍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줬다.

사실 <팬텀싱어3>에서 최종 톱3에 올랐던 레떼아모르, 라비던스와 비교해 라포엠은 훨씬 대중적인 선택을 한 크로스오버 그룹이다. 길병민이 이끄는 레떼아모르와 고영열과 존노가 있는 라비던스가 훨씬 실험적인 시도들을 보여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크로스오버라고 해도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일은 그룹을 완성시키는 것이란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라뷰라는 마지막 꼭짓점을 만들어 비로소 완성한 라포엠이 갖는 대중성은 이 그룹의 연금술이 드디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공고한 팬덤을 가진 크로스오버 그룹으로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스튜디오 잼(Studio JAM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