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과 함께 상승세 탄 ‘고려거란전쟁’, 최수종과 김동준에 거는 기대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황제 폐하께서는 3년 상을 멈추시고 다시 말에 오르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거란의 용맹한 군사들을 모두 집결시킬 것이 옵니다. 역신 강조를 처단하고 대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황제 폐하께서 몸소 40만의 대군을 이끌고 이 고려를 정벌할 것이옵니다.” 거란의 선전포고. 이제 고려와 거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실질적인 시작이다.

첫 회 시청률 5.5%(닐슨 코리아). 어딘가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어찌 보면 본격화될 고려와 거란이 치르게 될 전쟁의 밑그림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향락에 빠진 목종(백성현)과 김치양(공정환)과 가진 아이를 태자로 세우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천추태후(이민영). 결국 김치양이 권력에 대한 검은 속내를 드러내자 강조(이원종)가 군사를 들고 일어나 김치양은 물론이고 목종까지 시해하고 현종(김동준)을 황제로 세우는 반란을 일으키는 게 그 밑그림이었다.

<고려거란전쟁>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현종과 강감찬(최수종), 양규(지승현) 같은 인물들의 서사는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현종은 사찰에 유폐되어 자신을 죽이려 하는 천추태후의 위협에 처했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자신이 따르던 목종이 시해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강조에 의해 황제로 추대됐지만, 아무런 힘이 없어 그에게 이러저리 휘둘리는 허수아비 황제였다. 이러니 존재감이 나올 리가 없다. 강감찬 역시 아직 조정에 나오지 않은 몸이어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4회부터 현종과 강감찬의 존재감이 드디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란이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는 사실에 전쟁으로 응수하려는 강조와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는 현종의 대립이 본격화되면서다. 강감찬 역시 예부로 들어오면서 황궁에 들어왔지만 갖가지 위협 속에 서 있는 현종을 돕는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터지는 건 역사가 이미 알려주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3회까지 이 서사의 밑그림을 그려나간 <고려거란전쟁>은 주인공들이 없는 사극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그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극적 구성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고픈 사극의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제 거란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현종과 강감찬의 성장드라마가 기대감을 만들고 있다.

밖으로는 40만 대군을 이끌고 들어오는 거란과 전쟁을 치르면서, 안으로는 강조 같은 의견차를 보이는 인물들과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공포에 질려 있던 현종은 강감찬 같은 인물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치르며 진정한 황제로서 성장해갈 수 있을까. 강감찬과 양규처럼 거란과의 전쟁을 철저히 준비해온 인물들은 과연 저들의 침략을 어떤 기지를 발휘해 막아낼 수 있을까.

현종과 강감찬이 마주한 도전들은 고스란히 이 인물들을 연기하는 김동준과 최수종이 마주한 도전과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사극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김동준은 저 현종이 처음 황궁에 들어오게 됐을 때의 처지 그대로가 아닐까. 이 도전을 통해 그가 연기자로서 어떤 스펙트럼을 넓히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건 현종 옆에 강감찬이 있었듯이 김동준 옆에 최수종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여러 차례 사극을 경험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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