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웅들 내세운 ‘고려거란전쟁’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고려거란전쟁’, 흥화진전투 잇는 최수종의 기만작전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최수종)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져간다. 서경을 지켜내기 위해 거란 황제에게 거짓 친조를 하며 동북면의 군사들이 올 시간을 벌기 위한 강감찬의 기만작전은 아슬아슬한 위기의 국면들을 만들어낸다. 거짓 친조라는 게 밝혀지면 사지가 찢기는 죽음을 맞이할 게 뻔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적진을 향해 홀로 뛰어든 강감찬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다.

뛰어난 웅변술로 거란 황제 야율융서(김혁)의 마음을 움직여 고려의 거짓 친조를 진짜처럼 믿게 만들었지만, 거란의 장수 소배압(김준배)은 이를 의심한다. 소배압 옆에는 거란의 포로가 된 후 고려를 배신한 이현운(김재민)이 있어 이것이 거짓 항복이라는 걸 확신하게 만든다. 그래서 강감찬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신 서경에 거란 사신과 함께 가 항복을 받아오라고 몰아세운다.

강감찬은 애초 적진에 들어가기 전 이것이 기만작전이라는 걸 알려줬던 서경의 문관 원종석(곽민석)의 배신에 의해 발각된다. 그는 고려에게 승산이 없다고 속단하고, 일찍 거란에 항복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 한다. 기만작전이 탄로난 강감찬은 원종석의 군사들에게 체포되어 거란 진영으로 끌려가지만, 그 와중에 동북면에서 달려온 중랑장 지채문(한재영)에 의해 구출된다. 하지만 동북면 군사들이 서경까지 오려면 하루를 더 벌어야 하는 강감찬은 지채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홀 단신으로 거란군영을 찾아들어간다.

이처럼 강감찬이 전면에서 치르는 기만작전은 계속 되는 위기 상황과 이를 간신히 모면하는 상황들을 반복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위기에 몰릴수록 강감찬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간다. 이것은 <고려 거란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의 몰입감을 만드는 방식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하나씩 등장하는 영웅들의 활약이 그것이다.

애초 <고려 거란 전쟁>의 초반부는 흥화진전투가 그 기세를 이끌었다. 당연히 이 전투를 전면에서 이끈 양규(지승현)가 사실상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40만 대군에 맞서 끝내 성을 지켜냈고, 거란군의 봉쇄를 뚫고 그 소식을 고려군 본진을 이끄는 강조(이원종)에게 전하기도 했다. 흥화진전투 이후 극을 잠깐이나마 극을 이끈 건 강조다. 그는 거란군의 기습공격에 의해 붙잡히게 되지만 이현운 같은 장수들이 저들의 협박과 회유에 고려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끝내 고려의 장수로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죽은 이후에도 고려를 위한 장수로서 도움을 주는데, 거짓 친조를 의심하는 거란 황제를 설득하는데 있어 그의 존재가 친조의 구실로서 활용된다. 위기에 몰린 강감찬은 모든 게 강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둘러댐으로써, 거란 황제로 하여금 거짓 친조를 믿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적진에 홀로 들어가 거란 황제의 판단을 흐리는 기만작전을 이끄는 강감찬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영웅 서사는 앞으로도 계속 그려질 전망이다. 예고편을 보면 이제 곧 양규의 ‘곽주성 탈환작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전투 역시 양규가 이끄는 700명의 결사대가 거란군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전투로 또다시 시청자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려 거란 전쟁>은 끝내 외적들을 물리친 이 전쟁을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영웅들이 맞서 싸워낸 결과로 그려내고 있다. 제목을 한 명의 영웅으로 세우지 않고 ‘전쟁’으로 세운 이유다. 실로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건 여러 인물들이 위급한 순간에 어떤 선택들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앞으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난세에 등장한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그려나가는 <고려 거란 전쟁>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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