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다른 '핀란드 셋방살이'라는 여행예능의 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무 것도 없는 자연에 묻혀 며칠 지내보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복잡한 도시의 삶이 답답하게 여겨지는 분들이라면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게다. 하지만 막상 도시를 떠나 핸드폰도 안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으며 수도조차 없는 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그 현실은 불편하지 않을까. 이것은 여행과 자연에 대해 갖는 우리의 상반된 감정이다. 인공적인 도시를 벗어난 어떤 것으로서의 힐링이거나 혹은 그 편리함을 벗어난 고역이거나.
tvN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는 그 여행의 양면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목에 담긴 것처럼 핀란드까지 날아가 자연에서 살아가는 현지인의 집에서 그들이 사는 방식 그대로 셋방살이를 한다는 콘셉트다. 첫 방송에 등장한 알렉시의 집은 호수를 끼고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그냥 보기만 해도 자연의 힐링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이 전기도 수도도 와이파이도 없고 화장실도 그들 특유의 재래식이라는 점은 도시의 편리함을 누려왔던 이들에게는 그 며칠이 그저 힐링일 수는 없다는 걸 드러내준다.

먹을 물을 얻기 위해 한참을 걸어서 샘을 찾아가 물을 받아오고, 전기가 없어 등잔불을 켜야 하고 요리도 불을 피워 해야한다. 근처에 물건을 살 수 있는 마트도 없고, 샤워는 호수에서 한단다. 또 호수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먹고 풀숲에 지천인 베리를 따 먹는 삶이다. 어찌 보면 좋아보이지만 어찌 보면 쉽지만은 않은 삶이다.
물론 이 셋방살이에 뛰어든 네 명의 출연자가 모두 도시남자라 지칭되지만 이 상황에 대해 적응하는 편차는 있다. 이제훈은 맏형이지만 어딘가 허당기가 느껴지고, 이동휘는 의외로 깔끔쟁이라 수세식도 아닌 재래식 화장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적응력이 가장 좋아보이는 차은우는 영어 실력에 친화력도 좋아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고, 이런 자연의 삶을 로망해온 곽동연은 이 생활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같은 듯 다른 반응들과 적응과정은 그래서 <핀란드 셋방살이>가 가진 여행의 양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때때로 자연이 주는 놀라운 감동을 느끼지만, 그 안에서 자연에 가깝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적응의 힘겨움은 예능적인 재미도 만들어낸다. 인위적인 복불복이 필요 없는 삶에 대한 적응 자체가 주는 적당한 불편함이 더해짐으로써 여행의 양면이 만들어내는 상반된 재미를 끌어낸다고나 할까.
사실 tvN 여행 예능은 나영석 PD가 공고하게 구축해낸 세계 위에서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텐트 밖은 유럽> 같은 여행 예능 시리즈의 성공적인 정착이 tvN 여행 예능의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 면이 있다. 이 새로운 여행 예능은 그저 틀어 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멍상’에 가까운 관전의 체험을 하게 해주는 편안함을 주무기로 내세웠다. 예를 들어 최근 방영되고 있는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를 보면 압도적인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주는 그런 여행예능이다.

하지만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편은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 보면 ‘텐트’라는 콘셉트가 주는 날 것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지워진 느낌이다. 이건 아무래도 ‘로맨틱’한 이탈리아의 풍광들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생겨난 변화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핀란드 셋방살이>는 핀란드 특유의 풍광이 주는 힐링과 더불어 그 자연에서의 삶이 주는 고충이 적절히 더해진 차별성이 보인다. 무엇보다 여행이 가진 양면을 한 시공간에서 담아낸다는 것이 마치 우리가 사는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 같은 여행 예능처럼 보여도 그 디테일의 차이가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걸 <핀란드 셋방살이>는 보여주는 듯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