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브’, 뻔한 아이돌 성장기? 이건 새로운 가족드라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누군가 날아가려면 누군가 품어줘야 해.” 강수현(고현정)은 유진우(려운)가 자신이 해고되게 만든 갑질 영상을 찍은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그를 품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훨훨 날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헛된 꿈을 포기하라며 붙잡는 크리스(이기택)로부터 유진우를 데리고 나오며 강수현은 말한다. “너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할 거야 고민과 불안이 늘 곁에 있었지만 결국엔 이겨내고 무대에 선다. 꿈을 이룬다.”

지니TV 드라마 <나미브>는 판도라 엔터테인먼트의 장기 연습생 유진우가 그곳의 공동대표였지만 모함받아 퇴출된 강수현을 만나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아이돌 연습생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배용준과 박진영이 기획하고 수지와 김수현이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드림하이>(2011)가 있었고 망한 아이돌을 소재로 한 <IDOL:The Coup>(2021), 아이돌 이야기를 판타지를 더해 풀어낸 <성스러운 아이돌>(2023)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은 기대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지난해 방영된 <선재 업고 튀어>가 신드롬급 성공을 거뒀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수상한 그녀>도 원작 영화에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더해 풀어내면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즉 막연한 아이돌 소재만으로는 쉽지 않고 이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나미브>는 어떨까.

<나미브>는 유진우라는 장기 아이돌 연습생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를 통해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것이다. 유진우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 때문에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다. 반면 강수현도 아들 심진우(이진우)가 어려서 교통사고를 당해 청각장애를 갖게 된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내적 상처들을 가진 유진우와 강수현이 만나 서로를 회복시켜 가는 과정을 담았다.

유진우를 버린 부모는 진짜 가족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저 돈만을 이야기하며 어린 유진우를 억지로 무대에 세우기도 했던 부모다. 또 강수현이 아들을 위해 공장을 사주겠다고 집착하는 것 역시 자신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엇나간 행동이다. 아들이 진짜 원하는 걸 물어보지도 않고 강수현은 무리에서라도 이 일에 집착한다. 유진우를 데려온 것 역시 그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진심이라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가치를 놓인 후 다른 회사에 팔겠다는 욕심이 더 컸다. 그렇게 해서 아들의 공장을 사주려는 심산이다.

그런데 유진우가 강수현의 집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이들은 변하게 된다. 유진우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의 따뜻함을 경험하게 되고, 강수현도 유진우를 통해 진정한 꿈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진우를 훨훨 날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품어주겠다고 선언하는 강수현의 모습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알을 본능적으로 품어주려는 어미새가 겹쳐진다.

<나미브>는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사막의 이름이다. 그곳을 제목으로 가져온 건 그 사막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엄성민 작가는 그래서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막처럼 메마른 삶을 살아온 여자와 바다처럼 떠돌던 아이가 만나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아이돌이 등장하지만, 이 소재를 통해 <나미브>가 그리려는 건 두 인물의 쌍방구원 서사다. 그런데 그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힘은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틀을 통해서다. 돈으로 가치 매겨지고 그래서 성공과 실패로 양분되는 사막 같은 세상 속에서 이들은 가족이라는 인간적 온기를 가치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아이돌 연습생을 소재로 하지만 <나미브>가 우리 같은 서민들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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