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홍보를 위해 예능에 출연하고 싶다면, ‘틈만나면’이 제격이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배우들이 홍보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최근 송혜교도 영화 <검은 수녀들> 홍보 차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 나왔나 하면 유튜브 채널 ‘요정 재형’과 ‘걍밍경’, ‘비보 TV'에 출연했다. 토크쇼 출연이 무려 23년만이라는 그의 이번 행보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호감이 생겼고 그 호감이 작품으로 이어져 <검은 수녀들>을 보러 가고 싶어졌으니까.

예전에는, 라떼 식으로 말하자면 배우들이 작품 홍보하러 방송에 나오는 걸 시청자들이 마뜩지 않아 했다. ‘감히 방송을 이용해?’ 이런 식이었는데 그만큼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높았던 거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홍보성 출연이 당연지사가 되었다. 하기는 회당 몇 천에서 수억 원을 받는다는 주연 배우들이 홍보가 아니라면 예능 프로그램에 왜 나오겠는가. 그러나 요즘은 홍보를 위해 지상파 방송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MBC <라디오 스타>나 SBS <돌싱 포맨>에 가끔 나오긴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프로그램 모두 깎아내리면 깎아내렸지 누굴 띄워주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신동엽, 유재석, 장도연, 정재형, 연예인 유튜브 채널들이 호황이다.

‘홍보하러 어디 나가면 좋겠느냐’ 묻는 분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로는 장도연의 ‘살롱 드립’과 정재형의 ‘요정 재형’을 추천한다. 제작진이 성의 있게 준비를 잘 하고 진행자들이 숙지를 제대로 해서 질문이 좋다. 그러나 두 채널 모두 마치 흑백요리사들 식당처럼 예약이 꽉 짜여 있단다. 가장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SBS <틈만나면>. 의외로 작품 얘기가 별로 안 한다. 홍보를 하러 나온 건 확실한데 작품 얘기를 거의 안 하니 시청자로서는 거부감이 덜 할 밖에.

하지만 열성적으로 게임에 임하는 모습에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그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아 이거 꼭 봐야지! 하게 되는 거다. 타율도 좋은 편이다. 안보현의 SBS <재벌X형사>, 박신혜의 SBS <지옥에서 온 판사>,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의 <열혈사제2>, 채수빈의 MBC <지금 거신 전화는>, 주지훈, 김희원의 디즈니 플러스 <조명가게>, 이번 한지민, 이준혁의 SBS <나의 완벽한 비서>. <틈만나면> 제작진이 작품을 고르는 눈이 있지 싶다.

사실 <지금 거신 전화는>, <조명가게>, <나의 완벽한 비서>, 세 작품 모두 큰 기대가 없었다. 드라마 보는 게 업이니 보기는 하겠으나 ‘반드시 본방사수를 하리라!’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과 <나의 완벽한 비서>는 오히려 경쟁작, 동시간대 타방송사 드라마에 에 더 관심이 있었다. <조명가게>는 음산한 내용이라고 들어서, 귀신이 나온다고 하기에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볼 예정이었고. 그런데 <틈만나면>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해당 작품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틈만나면>의 제작진은 최보필 PD, 채진아 작가. 보석 같은 유연석을 발굴해 기용했다는 점, 또 유재석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기획이다. 유재석의 장점 중 하나가 잘 들어준다는 거다. 자신과 친한 연예인들의 말, 이를테면 MBC <놀면 뭐하니?>나 SBS <런닝맨> 멤버들의 말은 수시로 끊지만 그와 달리 일반인들, 또 초대 손님의 말은 진정성 있게 들어준다. 준비해온 말을 다 할 수 있게끔, 아쉬움이 없게끔 배려를 하는 거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틈만나면>의 의뢰인은 모두 일반인들이다. 직업이 다양한 만큼 고민도 사연도 각양각색인데 저마다 다른 사연의 주인공들은 스타가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지 싶다. 짧은 틈새 시간에 불과하지만, 게임에 실패해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뢰인에게는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소중한 시간이리라. 극적인 성공에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에 겨워하는 출연자들. 살면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자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틈만나면> 출연자 중에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배우가 있다. SBS <나의 완벽한 비서>의 이준혁.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육아와 살림, 일까지 완벽한 속 깊고 정 많은 비서 ‘유은호’라는 인물을 맡았다. 이 드라마로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에 등극했는가 하면 시청률도 마의 10%를 넘어서며 11.4%를 기록했는데 이 뜨거운 인기의 견인차가 <틈만나면>이 아닐까?

<틈만나면>에서 의외의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냉미남 스타일에 예민한 느낌도 있었는데 <틈만나면>에서 보니 낯가림이 많고 별이 된 반려견을 추모하기 위해 ‘안녕 팝콘’이라는 게임을 만들 정도로 정이 많았다. 드라마의 ‘유은호’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허당기는 있지만 소탈하고 따뜻하고 열정적이어서 좋았다. 어느 쪽이 더 좋아? 하면 ‘어느 것을 고를까요?’를 해야 할 정도로.

지난 화요일 <틈만나면> 이번 시즌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꽃피는 봄이 오면 돌아올 예정이라고. 따뜻한 봄날 홍보가 필요하시다면 <틈만나면>을 추천한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유튜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