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를 보고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희열을 느꼈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송혜교가 흥미롭다.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에 나선 그의 행보가 색다르다. 주연 배우로서 <유퀴즈>, <요정재형>, <걍밍경> 등에 출연한 것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 홍보 차 과거에는 TV예능 한바퀴, 오늘날에는 유튜브 토크쇼를 한바퀴 도는 것은 기본 공식이며, 선택한 프로그램들도 홍보에 적절한 채널들이다. 이번 홍보 활동이 재밌는 부분은 영화 자체나 배역에 관한 이야기, 함께한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등 작품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송혜교라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다가선다는 점이다.
배우가 아닌 사람 송혜교에게 대중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23년 백상, 청룡어워즈 등의 시상식이었다. <더 글로리>를 통해서 ‘배우 송혜교’의 새 모습을 알렸다면, “나 상 받았어 연진아”로 시작한 수상 소감으로 좌중과 소통하는 여유와 진심으로 수상을 기뻐하는 솔직한 인간적인 모습은 시상식의 품격과 송혜교라는 인물의 당당한 매력을 한 차원 올린 계기였다. 그 이후, 대중 앞으로 돌아온 이번 홍보활동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을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즉, 이번 홍보활동의 포인트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송혜교라는 ‘좋은 사람’을 소개하는 데 있다.

브이로그를 제작한 디렉터 강민경은, 평소 친하게 지내온 만큼 송혜교의 인간적인 매력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슈퍼스타의 라이프 스타일, 인맥 전시나, 털털하고 소박한 사람이란 반전 볼거리 등은 살짝 주변부로 밀어두고,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 일상성이 묻은 장소, 인간성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 스크래치 카드를 긁듯이 점점 더 선명하게 송혜교가 왜,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여러 에피소드를 쌓아가며 점진적으로 드러낸다.
이 브이로그의 핵심은 후배 강민경의 시선에서 송혜교라는 선배에게 삶의 ‘애티튜드’를 배운다는 데 있다. 정상급 스타 배우가 무엇을 입고, 소비하고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자 치열하게 고민해왔고, 무엇을 계속해 쌓으려 노력하고 있는지에 관한 솔직담백하고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렇게 한 사람의 세계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영감과 위로와 호감이라는 오늘날 대중이 원하는 재미를 만든다.

진정성은 기본이다. 자신의 장점으로 인복을 꼽는 송혜교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소위 대인배의 면모가 보이는 에피소드와 함께한 시간들이 담보한다.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에 대해서는 최고의 여자라고 칭한 어머니로부터 배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둬라’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에 대한 물음에는 ‘나’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면서 극복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유재석, 정재형 등과 나눈 인터뷰 또한 남다른 반응이 오는 것 역시 일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궤를 살아왔을 송혜교가 우리네와 비슷하게 현재도 계속해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중임을 확인하는 데 있다. 그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오늘날 시대적 열망에 부합한다.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부족함과 질곡을 인정할 줄 아는 당당하고도 솔직한 모습. 여전히 잘못을 종종하지만 바로 사과할 줄 아는 스타 배우이자, 28년차 직업인으로서 여전히 성장하고 싶어하는 모습들은 스타의 삶을 엿보는 가십이 아니라 곱씹을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송혜교가 이번에 보여준 모습은 정리하자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걍밍경> 채널에서 송혜교는 바뀐 시대에 어떻게 프로모션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절묘하다. 유능한 마케터의 성공한 브랜딩처럼, 이번에 나온 영화를 넘어 송혜교라는 사람 자체에 매력과 기대를 품게 했다. 예능에 20여년 만에 출연한 사람이 ‘좋은 사람’에 대한 갈구가 핵심인 오늘날 예능 코드를 홍보 활동에 그대로 적용하고,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놀랍다. 유튜브를 포함해 오늘날 예능 패러다임 측면에서 이 선택은 트렌디했고, 굉장히 전략적이다. 오늘날 대중들이 원하는 관심, 오늘날 예능에서 말하는 재미란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희열이란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송혜교에 대한 호감은 그가 출연한 <검은 수녀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으로 당연히 이어지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유튜브 <걍밍경>, tvN, 영화 <검은 수녀들>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