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다녀왔습니다’, 이혼 커플들만큼 이정은 비중이 큰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혼을 소재로 하는 가족드라마다. 여기 등장하는 송영달(천호진), 장옥분(차화연) 부부의 4남매는 모두 이혼 중이거나 파혼 당한 인물들이다. 첫째 송준선(오대환)은 스턴트라는 다소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아내와 헤어졌고, 둘째 송가희(오윤아)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다. 셋째 송나희(이미정)는 유산을 겪은 후 악화된 관계에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이혼도장을 찍은 채 계약동거에 들어갔고, 막내 송다희(이초희)는 결혼식날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파혼했다.
인물구성을 보면 이혼이 그리 이상하게 되어버리지 않은 지금의 세태를 이 드라마는 소재로 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주말드라마답게 여기서 이혼은 가정의 파탄을 그린다기보다는 오히려 관계를 되돌아보고 좀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과정으로 다뤄진다. 일과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 빼고는 아이와 아내에게 여전히 애틋한 마음을 가진 송준선이나, 매일 같이 부딪치지만 그러면서도 송나희를 은근히 챙기고 걱정하는 윤규진(이상엽)은 어딘지 재결합을 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한다. 게다가 송다희는 파혼 당한 날 만난 사돈댁 윤재석(이상이)과 멜로가 피어나는 중이다.
그런데 이처럼 이혼을 주 소재로 담고 있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조금은 이질적인 인물이 들어와 있다. 바로 강초연(이정은)이다. 어려서 스님에게 자라 단란주점을 해오다 송영달이 일하는 시장통에 언니들 김밥집을 내고 장사를 시작하는 인물. 개업 날부터 시장 분위기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김밥집 가게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통 사람들과 언니들 김밥집 사이에 벌써부터 갈등의 조짐을 드러낸다. 단란주점에 일했던 사실들이 개업식에서부터 드러나면서 시장통 사람들은 이를 백안시하고 뒷얘기를 쏟아낸다. 시장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영달은 몇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자 결국 강초연과 싸우게 된다. 하지만 어디 강초연이 만만하게 물러날 인물인가.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사자후에 송영달은 어딘지 주눅이 들어버린다.
물론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송영달과 강초연이 남매지간일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것은 어려서 송영달이 동생 강초연을 잃어버렸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일마다 홀로 아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강초연이 스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절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인연이 이 시장통에서 다시 이어질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그러니 이들이 그 사실을 모른 채 갈등하게 되는 건 향후 ‘출생의 비밀’이 풀어질 때 더 큰 극적 만남을 전제한 포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강초연의 등장이 단지 ‘출생의 비밀’ 코드를 위한 설정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건, 그에게서 어딘가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술장사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시장통 사람들이 보이는 편견과 선입견이 그렇고 그것은 향후 더 큰 갈등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 갈등의 화해란 결국 그 편견을 넘어서게 해주는 ‘가족의 발견(혹은 출생의 비밀)’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편견과 선입견의 극복이라는 ‘동백’의 아우라는 그래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도 어울리는 면이 생겨난다. 그것은 이혼남녀를 백안시하는 시선들 또한 편견과 선입견일 뿐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그려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이 드라마에서 이질적으로 보이는 강초연이라는 인물과의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존재감이 이혼 커플들만큼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