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 공식으로 시청률 챙긴 ‘한다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디어 송영달(천호진)과 강초연(이정은)은 서로를 알아보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어려서 가난해 헤어지게 됐던 오누이지만 그 긴 세월도 두 사람의 끈끈한 인연을 끊지는 못했다. 이로써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한 고비(?)를 넘었다. 출생의 비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송영달과 강초연이 재회하는 과정에서 홍연홍(조미령)이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을 공분하게 하는 캐릭터가 조미료로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시청자들의 원성이 컸기 때문일까. 송영달과 강초연의 오누이 재회는 그나마 빠르게 이뤄진 면이 있다. 아마도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주말드라마의 공식대로 좀 더 홍연홍의 막장 행위들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홍연홍 이전에는 악역을 찾아보기 어려운 착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그 유쾌한 분위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말드라마에 있어서 이른바 착한 드라마의 호평이란 시청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드라마업계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정반대로 막장이라 욕을 먹는 드라마들이 오히려 시청률에서는 높았던 적도 적지 않았다. 그것은 주말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그래서 매번 공식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나 겹사돈’, ‘불치병같은 소재들이 여전히 먹히고 있어서다.

재회의 과정에서 조미료(?)가 과해 그토록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결국 송영달과 강초연이 만난 76회에서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 35.6%(닐슨 코리아)가 나온 건 이런 주말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에 경기 침체 게다가 마침 장마로 인한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주말드라마에 원하는 건 적어도 드라마 속에서나마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사이다다.

홍연홍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의식해서인지 드라마는 그 스스로 참회하고 자수하는 길을 택하는 걸 보여줬다. 심지어 시장사람들을 속여 부동산 사기를 치려던 일당들도 모두 붙잡혔고 투자금들은 모두 주인에게 되돌려졌다. 그간 홍연홍이 해온 막장 행각에 비해 너무 쉬운 결말처리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드라마가 균형을 잡으려 한 노력은 보인다. 불편함을 상쇄시키기 위한 유쾌하고 코믹하며 달달한 설정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은 이제 겹사돈이 될 예정인 송나희(이민정)와 윤규진(이상엽) 그리고 송다희(이초희)와 윤재석(이상이)이 맡았다. 윤규진과 윤재석이 각각 송나희와 송다희에게 전화를 하며 세레나데 대결(?)’을 벌이는 대목은 조금 답답해지는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줄 만큼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홍연홍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사기꾼들이 일망타진됐으며 송영달과 강초연이 재회하면서 슬슬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윤규진, 윤재석 형제의 엄마 최윤정(김보연)의 치매 설정에 대한 우려다. 자꾸만 기억한 걸 까먹는 최윤정의 모습이 그 흔한 불치병이라는 주말드라마의 또 다른 공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한 뉘앙스을 풍기고 있어서다.

사실 주말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적당한 공식들을 꺼내 쓰는 건 그러려니 하는 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뻔한 공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너무 불편하거나 보기 힘겨운 상황들이 전개되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주말드라마에서만큼은 조금 편하고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는 가족극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물론 과한 설정들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착한 드라마의 흐름을 보여준 게 사실이다. 최악의 악역이었던 홍연홍조차 결국은 강초연에 감복해 자수하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모쪼록 남은 회차에는 초심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전개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본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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