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처음 화두처럼 던진 소재는 ‘이혼’이었다. ‘한 번 다녀왔다’는 그 제목에 담긴 뜻이 바로 이혼을 뜻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드라마 속 송영달(천호진)과 장옥분(차화연)의 자식들은 모두 이혼을 겪는 것으로 시작했다. 맏아들 송준선(오대환)은 스턴트맨으로 위험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삶 때문에 이혼을 했고, 송가희(오윤아)는 아들까지 있었지만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이혼했다. 송나희(이민정)는 의사 부부로 부러울 것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산 후 소원해진 관계 속에서 이혼을 하게 됐고, 막내 송다희(이초희)는 결혼 날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고 헤어졌다.

이러니 송영달과 장옥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혼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리기 시작한다. 송준선은 스스로 스턴트 회사를 차려 조금씩 일궈나가고, 송가희는 알바를 전전하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성공을 거둔다. 송나희는 자신에게 다가온 선배와 연애를 해보지만 결국 남편 윤규진(이상엽)에 대한 마음을 새삼 깨닫게 되고, 송다희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 꿈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이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이혼해도 괜찮다는 그 메시지는 여전하지만, 그것이 혼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재결합하거나 결혼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보다 건실해진 송준선의 진심을 보고 성현경(임정은)은 다시 그와 재결합하고, 송나희와 윤규진 그리고 송다희와 윤재석(이상이)은 겹사돈이 된다. 송가희 역시 늘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줬던 박효신(기도훈)과의 멜로 관계가 깊어지고 심지어 장옥분의 동생 장옥자(백지원)에게 양치수(안길강)이 프러포즈를 하고 어려서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송영달의 동생 강초연(이정은)에게도 이현(이필모)이 등장해 새로운 멜로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한 번 다녀왔다’는 의미는 이혼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혼을 다녀왔다는 의미가 됐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처럼 이혼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 홀로 삶’에 대한 방향이 아니라 또 다시 시작하는 결혼에 대한 가족 판타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이것은 KBS 주말드라마가 사실상 우리네 가족드라마의 최후의 보루로 자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혼자 살아가는 가구가 급증해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무려 38%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가족은 현실적인 삶의 형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가족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KBS 주말드라마는 에둘러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가족이 부재한 현실의 결핍으로 그 판타지의 갈증 역시 커질 수 있다는 것.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결과적으로는 가족의 해체라는 이혼의 현실로 시작했지만 다시금 가족이 모이는 판타지로 결말에 도달하고 있다. 그것은 가족드라마의 공식적 틀로 회귀한 것이지만 적어도 주말드라마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한 만족감을 대리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가족드라마의 시간대에 달라진 현실에 맞는 대안적 가족이나 개인의 삶의 모습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건 여전히 한계로 지목되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