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다’가 엄마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본래 가족드라마에서 엄마들은 자식 결혼에 있어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자기 자식이 귀한 만큼 상대방 집안에서 홀대하거나 무시당했다 싶으면 엄마들은 갈등을 일으키고, 결혼 당사자들은 이 때문에 힘겨워 한다. 흔하디흔한 설정이지만, 우리네 가족드라마에서는 빠지지 않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이 설정이다.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도 이 코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미 송나희(이민정)와 윤규진(이상엽)으로 사돈을 맺은 장옥분(차화연)과 최윤정(김보연)은 자식들이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 만난단다. 여기에 송다희(이초희)와 윤재석(이상이) 사이까지 동시에 알게 되면서 친구사이였던 장옥분과 최윤정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장옥분은 윤규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딸 송나희가 유산했을 때 보살펴주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엄마로서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사유다. 여기에 대해 윤규진은 자신 또한 힘겨워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송나희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는 걸 인정하며 사죄했다. 그런데 이 사죄로 인해 장옥분은 조금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윤규진에게 먼저 최윤정을 설득하고 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윤규진이 자신의 엄마를 설득해오면 자신은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엄마들의 갈등은 통상 주말드라마에 먹히는 코드이긴 하지만 질질 끄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는 생각보다 반대하던 엄마가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물론 겹사돈으로 얽혀있어 빠르게 전개된다 하더라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송나희를 찾아간 최윤정이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대놓고 “너무 싫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 장벽이 꽤 높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최윤정에게 아들 윤규진이 그간 눌러왔던 감정을 터트리고 “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것에 죄책감이 없냐?”고 묻자, 최윤정이 뺨을 때리는 장면은 이 갈등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최윤정은 “저는 안 될까요?”라고 재차 묻는 송다희에게도 “안 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런데 최윤정이 자식 결혼을 두고 벌이는 갈등에 있어 가장 큰 장벽으로 등장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는 그를 악역처럼 그리지는 않는다. 송다희에게 선을 그은 후 그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장옥분에게 심한 소리를 한 것 같아 이내 후회하며 만나자고 하는 최윤정이다.

사실 한 번 자식들이 이혼까지 겪었다면, 그 엄마들이 아무리 친구였다고 해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기가 쉽진 않을게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장옥분과 최윤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로서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집을 나오게 된 장옥분이 최윤정의 집에서 기거하며 함께 지내는 모습이 그렇다.
우리네 가족드라마에서 자식 결혼 반대하는 엄마들의 대립은 늘상 등장했던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엄마들이 밉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그것은 드라마가 엄마들의 갈등을 담으면서도 금세 풀어주는 면이 있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묻어나는 캐릭터들 때문이다.
강초연(이정은)이 일부러 볼링을 치러가자고 하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낸 후 슬쩍 ‘자식은 부모를 선택한 존재’라는 불가의 이야기를 해주자 장옥분의 마음은 한껏 누그러진다. 최윤정도 지금은 결사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캐릭터는 금세 마음이 돌아서기도 하는 마음 약한 면모들도 갖고 있다. 이처럼 엄마들을 드라마는 극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마음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합리적이고 마음 따뜻한 엄마들로 그려낸다.

우리네 가족드라마에서 엄마들은 흔히 두 가지 극과 극의 모습으로 다뤄지곤 했다. 하나는 가족에 헌신적인 엄마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 반대하는 엄마가 그것이다. 전자는 엄마의 헌신을 당연하게 그리는 면에서 지금의 감수성에는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것이고, 후자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여성들끼리의 대결을 하나의 코드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역시 부적절한 것이 되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엄마들이 그 유사한 코드 속에 들어와 있어도 왜 밉지 않은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헌신하는 엄마들도 아니고, 자식 사랑이 깊어 때론 결혼에 반대하기도 하지만 진심어린 설득에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 엄마들이다. 주말드라마라는 공식을 떨쳐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작가가 인물들을 지금 시대의 감수성에 맞게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