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7형제 같은 ‘미스터트롯’ 톱7의 매력 탐구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막을 내릴 때만 해도 이들 톱7의 생명력이 이렇게 길 것이라고 짐작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 조금 더 넓게 본다면 2, 3위의 영탁과 이찬원 정도의 인기만을 예상했을 것이다. 영탁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막걸리 한 잔>, <찐이야>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또 <진또배기> 이찬원은 구수한 목소리를 지녔지만 이와는 상반된 앳된 병아리상 외모로 젊은 여성팬층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를 포함한 톱은 이후 TV조선 <사랑의 콜센타>뿐만이 아니라 종편과 지상파를 누비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을 섭외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몇 배 상승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갖 방송사에서 트로트 예능이 방영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방송사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준비 중에 있다.

사실 ‘미스터트롯’ 톱7의 지속적인 인기는 거품 같은 트로트 열풍에만 기인하는 것은
사실 <미스터트롯> 톱7의 지속적인 인기는 거품 같은 트로트 열풍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 7명 각각이 트로트 가수라는 큰 틀에 속해 있지만 자기만의 개성은 굉장히 뚜렷하다. 똑같은 군무에 똑같이 힘 준 눈빛의 양산형 남성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각자의 스타일이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거나, 서로 하나로 뭉치는 기분 좋은 정감 넘치는 의리도 느껴진다. 7명의 경쟁자가 아니라 7형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이들 각자가 지닌 트로트 가수로서의 실력은 기본이다.
물론 톱7의 맏형 장민호는 가끔씩 가수로서의 가창력이 부족한 듯 보일 때도 있다. 그의 로맨틱한 탁성이 <남자는 말합니다>처럼 딱 맞아떨어질 때도 있지만 모든 노래에서 빛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민호는 비운의 아이돌 출신다운 1990년대 스타일의 예능감과 영화배우 같은 비주얼로 그런 부족한 점을 메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맏형이지만, ‘쎈’ 척하는 스타일이나 나를 따르라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은근히 잘 망가지고 동생들을 얄밉지 않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방송 경험이 풍부한 맏형답게 ‘사슴눈’을 뜨고 동생들을 부드럽게 이끌어 방송의 재미를 주는 <미스터트롯> 톱7의 산소 같은 남자다.

반면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중한 매력을 보여준다. 임영웅은 사실 연예인보다 명창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연예인 같은 긴 기럭지와 작은 얼굴 때문에 그가 들려주는 노래의 깊이가 살짝 빛 바래는 느낌마저 줄 정도다. 하지만 이미 임영웅은 <미스터트롯>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통해 성숙한 감성으로 모든 세대의 눈시울을 적신 바가 있다.
아마 유년시절의 어려움이 임영웅에게 이런 어른스러운 감성을 길러준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임영웅의 진중한 매력은 가벼운 예능프로그램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민호를 비롯한 예능감 넘치는 다른 멤버들의 활약 덕에 임영웅의 부담은 덜어진다. 오히려 가벼운 예능에서 임영웅의 진중한 노래는 종종 톱7의 치트키로 쓰여 묵직한 한 방 역할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임영웅이 어떤 자리에서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진중한 가인 같다면 영탁은 트렌디한 만능 트로트맨 같은 느낌을 준다. 영탁은 또한 특히 굉장히 영특해서 노래를 부르는 센스와 음악을 만드는 센스 모두 빼어난 인물이다. 이처럼 많은 재능을 갖췄지만 무대에서는 어깨에 힘주지 않고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타고난 광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마니아 팬층보다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환영받는 재주꾼이 바로 영탁인 것이다.

무대에서 영탁과 비슷한 듯 다른 인물이 있으니 이찬원이다. 영탁이 자신의 타고난 재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면 이찬원은 무대를 놀이터처럼 생각하는 톱7이다. SBS <스타킹>과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이찬원에게 무대는 무서운 곳이 아니다. 오히려 방송이란 ‘찬또배기’에게 마을회관 무대처럼 편안한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기에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을 누빈다. 넉살좋으면서도 또 은근히 치고 빠지는 센스가 있다. 귀염상의 얼굴로 많은 여성팬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좋아하는 구수한 트로트 실력까지 겸비했으니 대중에게 사랑받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김호중은 영탁이나 이찬원과는 또 다른 방식의 트로트를 들려준다. 그리고 역시나 진중한 느낌의 임영웅과도 차별화된 느낌이 있다. 성악을 바탕으로 한 ‘트바로티’의 노래는 우선 울림통이 크다. 거기에 성악가 출신답게 섬세한 음색으로 트로트를 격조 있는 음악으로 바꿔놓는다. 김호중이 은사님에게 들려줬던 <고맙소>는 바로 이런 그의 장점이 잘 배어난 노래였다.

하지만 톱7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트로트에 가까운 노래를 부른 멤버는 10대의 정동원이다.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이 들려준 배호의 <누가 울어?>는 전통적인 트로트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무대였다. 이제 겨우 10대에 접어든 소년이 1950~60년대식 옛 트로트 감성과 기교를 고스란히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이 고대의 유물 같은 트로트 능력자는 여기에 어린아이다운 자연스러움 귀여움과 이후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능재주꾼의 능력을 보여줘 매번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한편 <돌리도>의 김희재 역시 다른 톱7과는 다른 종류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 가수는 트로트가수인 동시에 아이돌가수의 느낌을 자아낸다. 무대를 휘어잡는 댄스 실력은 기본이고, 그와 반대로 기획사의 예의바른 아이돌 멤버 같은 깍듯함이 있다. 그 때문에 멤버들 중에서는 가장 조용한 듯하지만, 무대 퍼포먼스로는 가장 화려한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다.

<미스터트롯> 톱7의 매력은 이처럼 다양하다. 그들이 들려주는 트로트도 각기 다르다. 여기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고단한 세월의 더께들도 쌓여 있다. 거기에서 나오는 이야깃거리 또한 풍성하다. 또한 이 때문에 이들의 무대에서는 흥만이 아니라 정과 한 같은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들이 가득하다. 이들의 무대를 보고 위로 받고 즐거운 시청자들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조선, MBC, TBS, 뉴에라프로젝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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