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야식’, ‘포차’... 음식은 소통의 수단일 뿐
먹방과는 다른 먹드의 음식 활용법

[엔터미디어=정덕현] 먹방에 이어 이른바 먹드(먹는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하나의 장르로 지칭되는 먹방은,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장면에 집중하고 그 경험을 시청자들과 감각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방영되고 있는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JTBC <야식남녀>, <쌍갑포차>가 음식을 활용하는 방식은 먹방과는 다르다. 음식 자체보다는 소통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음식을 매개로 엮어지는 남녀의 멜로가 주요 관전 포인트.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다소 흔하게 쓰는 상투적인 말이 이 드라마에서는 누군가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대사로 다가오게 한다. 제주도까지 내려갔다가 바람난 남자친구를 보고 상심한 우도희(서지혜)가 갈 곳 몰라 할 때, 우연히 알게 된 음식심리치료사 김해경(송승헌)이 던지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질문이 그렇다. 이들은 음식점과 음식을 매개로 여러 차례 우연적 만남을 이어가다 그것을 이제 운명이라 받아들인다. 음식은 이 남녀의 우연을 운명으로 맺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 것.

<야식남녀>는 초반부만 해도 먹방을 드라마로 가져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식에 집중하는 연출을 보였다. 마치 <심야식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야식집 풍경이 그렇고, 거기서 박진성(정일우) 셰프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안주를 만들어 내놓고 손님들이 그걸 맛있게 먹는 장면이 그랬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전되면서 이 드라마 역시 음식보다는 관계의 진전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이 셰프가 만들어주는 야식남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아진(강지영)과 그 프로그램에 성소수자도 아니면서 돈 때문에 참여하게 된 박진성의 관계가 그것이다.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박진성이 성 소수자라고 거짓말을 한 것 때문에 김아진과의 관계는 애매해진다. 여기에 박진성을 진짜로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성 소수자가 더해지면서 특이한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렇게 복잡해진 관계 속에서 음식은 소통의 물꼬를 여는 소재로 등장한다.

<쌍갑포차>는 포차라는 공간이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음식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평소 해줬던 만두를 잊지 못해 찾아온 한 중년 남자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벌어지는 가슴 먹먹한 사연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사연에서도 음식 자체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중요한 부분은 되지 못한다. 대신 사연자들의 한 맺힌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고, 쌍갑주를 마시게 해 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진짜 관전 포인트다.

물론 이렇게 한꺼번에 음식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온 건 우연적인 일이다. 한때 먹방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등장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기획됐을 이 작품들이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편성된 것일 뿐. 흥미로운 건 먹방과는 다른 먹드의 음식 활용방식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먹드에서는 늘 누군가와 마주해서 먹곤 하는 음식이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이들의 관계나 소통을 하게 해주는 매개물로 등장하고 있다.

반응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을 전면에 가져오지 않은 이들 먹드들이 대신 상차림으로 내놓고 있는 이야기들이 생각만큼 새롭거나 참신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전형적인 4각 멜로로 흘러가고 있고, <야식남녀>는 성 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보다 깊이 있게 다가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쌍갑포차>는 사연자들의 이야기가 나름의 힘을 갖고 있지만 웹툰 원작 특유의 B급 감성이 드라마적으로 잘 표현되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음식이라는 강력한 반찬을 가져와도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그 자체로 든든한 이야기와 명확한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걸 최근 쏟아진 먹드들은 말해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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