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통해 본 ‘골목식당’에 담긴 의미심장한 교훈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 <골목식당>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기본적으로 요식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성장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인데, 수년간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솔루션 대한 기대치가 아무래도 줄어들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솔루션이 아니라 솔루션 과정, 즉 드라마가 익숙해졌다. 매번 빌런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빌런 또한 익숙한 장치다. 어떤 상황에서도 답을 찾는 백종원의 척척 솔루션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맛남의 광장>에 비해 집에서도 따라해볼 만한 쿡방 콘텐츠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꾸준히 관심을 갖는 연속성과 진정성을 내보이는 ‘긴급점검 특집’은 의미와 재미가 보장된 기획이다. 변함없는 초심의 훈훈함부터 배신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리얼리티 위에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종원에게 ‘장금이’라는 큰 칭찬을 받으며 식도락가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서산 해미읍성 돼지찌개집의 변한 풍경과 맛, 사장의 표정과 태도를 예고로 몇 주째 내보냈기에 <골목식당> 시청자들의 놀라움과 관심이 쏠렸다.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백종원과 마주앉은 ‘장금이’ 사장님의 얼굴빛과 에너지는 그때 그 시절의 반가움이나 살가움,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사는 훨씬 잘되는지 매장의 규모도 직원 수도 늘었지만, 전혀 다른 사람과 같은 싸늘하고 피곤한 표정과 변명은, 만들어내는 방송이라면 담지 않을 ‘사람’의 속성을 드러냈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이 대목에서 시청자들은 백종원이 어떤 현명함과 리더십으로 이 사태를 바로잡을 것인가에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잔반통에 직접 손을 넣어 보여줘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탓에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백종원과의 이야기는 중단됐다. 결국, 정인선이 대신 후기를 읽어주는 정도에서 기대했던 후일담은 맥 빠지게 마무리됐다. 비록 일주일 후 담당 작가에게 전화통화로 잘못했다며 초심을 다짐했으나, 톤과 매너상 기대를 해볼 만한 정도의 반성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또 그간 출연한 골목식당 중 위생 관념 베스트와 워스트 톱3 식당을 공개했는데, 놀랍게도 백종원이 가장 많은 애정을 투여했던 포방터의 홍탁집이 최악의 위생 매장으로 꼽혔다. <골목식당>의 오늘이 있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홍탁집의 혼탁한 위생 상태에 업체들도 포기하고 나간다는 사실에 백종원은 씁쓸해했다. <골목식당>의 상징적인 식당이고, 응원하는 사람도 많고, 그 편을 보고 희망을 가졌던 사람도 많기에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와 달라며 걱정을 담은 당부의 영상편지를 띄웠다.
물론, 긴급점검 특집에는 기분 좋은 해후도 있었다. 솔루션 당시 다소 도발적인 태도로 백종원과 의견 마찰도 불사하던 서산 해미읍성 돼지곱창집에서 백종원의 말 그대로 <골목식당>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찾았다. ‘하라는 대로 만 하면 오래 간다’며 백종원의 솔루션을 고이 간직하고 지키는 것은 물론이요, 맛뿐 아니라 푸짐한 양과 장사의 본질에 충실한 살가운 손님응대로 호평을 받았다. 예측과는 정반대로 펼쳐진 모습에 세 명의 MC 모두 반성했고, 백종원은 ‘나는 진짜 사람 못 봐’라며 기분 좋은 푸념과 함께 방송이 유지되고 있기에 계속해 신규 손님 유입이 있다는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 양 극단의 사례를 제시하는 긴급점검 특집은 세상살이의 진리를 담은 백종원 스타일의 성인 동화와 같다. 사실상, 백종원이 주장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맛과 서비스는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감당할 수 있는 몫만 해내는 것이 느리고 답답해보여도 결국엔 성공한다는 공식이다. 욕심에 눈이 멀지 않고, 열심히 성실히 잘 사는 사람들은 결국에 인정을 받아 더 큰 성공의 기회를 잡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똑같이 주어진 기회를 몇 달 간의 방송 특수로 날려버릴 수 있음을 현실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긴급점검 특집은 복잡다난한 세상과 한 치 앞도 알도 알 길이 없는 간사한 사람의 마음의 대한 다큐인 동시에 가치를 제안하는 예능 우화다. 비록 기대했던 긴장감 넘치는 갈등이나 이를 극복하는 드라마틱한 개과천선 스토리는 없었지만, 씁쓸한 현실과 반가운 만남은 경각심과 가이드를 주기에 충분했다. 누군가의 생활터전을 바탕으로 보편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골목식당>의 교훈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와 드라마가 되고, 나를 돌아보는 내재적 동기로 작동한다. 다음 주 위생상태 불량으로 꼽힌 부천 롱피자 집 에피소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