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만일 주원이 시간의 문을 닫는 존재라면
‘앨리스’의 시간에 대한 상상, 과연 그 끝은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선생은 누구일까.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마치 떡밥처럼 선생이라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자를 지목해 그가 누구인가를 궁금하게 만든다. 여관방에서 사망한 이세훈을 살해한 자가 선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만들고, 그 용의자로 고형석(김상호) 팀장을 먼저 세워둔다. CCTV에 그 여관으로 들어가는 고형석 팀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래서 그 CCTV 장면을 본 윤태이(김희선)도 또 박진겸(주원)도 고형석을 의심하고, 박진겸은 갈등하게 된다. 고형석이 용의자일 수는 있지만 자신을 자식처럼 키워준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행적으로 숨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앨리스의 본부장인 기철암(김경남)이 고형석을 지시하는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주며 이제 기철암이 선생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

실제로 이세훈을 살해한 건 바로 기철암이었다. 그리고 이제 고형석에게 그는 박진겸 또한 살해하라고 지시한다. 그가 바로 시간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즉 박진겸이 그런 존재라면 앨리스라는 시간여행 시스템은 무력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기철암이 말하듯 시간여행자들은 이 곳 과거에 고립될 수도 있다. 이미 시작된 시간여행이 멈춰지는 것은 그에게는 혼돈이다. 그러니 그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박진겸을 제거하라는 것.

하지만 고형석은 박진겸에게 총을 쏘지 못한다. 2050년에서 아내 김인숙(배해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다가 기철암의 제안으로 2010년에 오게 된 고형석은 먼발치에서 아내를 보고 떠나려 했지만 과거인 고형석이 사망하게 되면서 그 시간대에 머물게 된다. 그러면서 박진겸을 만나게 되고 그를 자식처럼 키우며 정이 든다.

기철암이 선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드라마는 여기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친다. 카이퍼 첨담과학연구소 소장인 석오원(최원영)에게 기철암이 고개를 숙인 채 명령을 받고 있는 장면이 보여지면서다. 석오원 역시 과거인과 미래인 사이의 어떤 변화가 있었을 거라 여겨지며 그가 바로 모두가 찾는 선생일 거라 암시하는 것.

미래인이 과거로 넘어와 과거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래서 다른 목적성을 가진 미래인에 의해 사건이 전개되는 <앨리스>는 그 시간의 중첩 때문에 혼란스런 상황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선생의 존재 같은 궁금증을 앞세움으로써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물론 이 복잡해서 도대체 어떻게 모든 사안들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의외로 간단하게 처리될 수 있다. 그것은 시간의 문을 닫는 자박진겸이 나서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이미 첫 회에서도 위험한 상황에 저도 모르게 시간을 멈춰 세우는 가공할 능력을 보인 바 있다. 그래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멈추고 흘러가게 하고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그가 가졌다면 이 복잡하게 뒤엉킨 사건들의 정리가 뭐 그리 어려울까 싶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앨리스>의 긴박하게 흘러가는 사안들은 의외로 허무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즉 낚시터에 나타난 석오원이 박진겸에게 총을 들이대고 총성이 울리지만 그것 역시 박진겸이라면 멈춰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박진겸은 이 복잡해 보이는 세계의 뒤틀림을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해줄 수도 있는 인물이 아닌가.

너무나 엄청난 능력을 가진 존재의 등장은 그래서 드라마를 다소 맥 빠지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리스>가 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해진다. 시간을 되돌리고픈 인간의 욕망이 결국은 혼돈만을 가져올 거라는 것. 그래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는 그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욕망을 버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세계의 복잡한 교란 속에서도 오히려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인간적인 관계에 더 집중한다. 박선영(김희선)과 박진겸의 모자관계, 윤태이와 박진겸의 유사 연인관계, 박진겸과 고형석의 유사 부자관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미래인이 과거인들의 세계로 넘어와 복잡해지는 이야기지만, 결국 그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라는 것. 그게 <앨리스>가 하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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