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 정말 끝내자.” JTBC <18어게인>에서 정다정(김하늘)은 홍대영(이도현)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다시 농구를 하게 됐고, 이제 한국대학교에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게 된 홍대영. 정다정은 그런 홍대영을 놓아주려 했다. 18년 전 하지 못했던 그 일을 이제라도 하려는 것이었다.

“이제 애들도 다 컸고 나도 혼자서 애들 키울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네 인생 살아. 너 좋은 사람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애들한테는 지금처럼 친구로 있어줘. 그리고 우리는 각자 인생 살자.” 정다정은 18년 전의 몸으로 돌아간 홍대영이 거기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랐지만, 홍대영은 이제 거꾸로 원래대로 오기를 바랐다. 18년 전으로 돌아가기 원했던 홍대영과 이제 원래대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홍대영. 그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이 드라마가 하고픈 이야기였다.

18년 전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홍대영은 자신의 삶이 그 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여겼다. 덜컥 쌍둥이 아이의 아빠가 됐고, 그래서 농구를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건 정다정도 마찬가지였다. 아나운서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나이 들어서야 그 꿈을 시도하게 됐다. 어렵게 JBC 아나운서로 입사하게 됐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데다 이혼녀라는 이유로 그는 끝내 정직원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홍대영의 몸이 18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18어게인>이 보여준 건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꼰대인데다 아내에게는 필요할 때 없는 그런 불성실한 남편처럼 보였던 홍대영은 새삼 본의와 다르게 그렇게 비춰지는 자신을 알게 됐고 아이들에게는 친구로 또 아내에게는 먼발치에서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1호 팬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홍대영은 드디어 아이들과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자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후회하며 18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던 홍대영은 그 18년간의 삶이 헛된 것이 아니었고 저마다 소중한 이들이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홍대영의 가족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진 일이었다. 서운한 일들만 기억나던 정다정은 새삼 홍대영이 얼마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꿈을 포기하고 열심히 살았는가를 깨닫게 됐다. 아이들과 홍대영의 아버지 그리고 정다정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18년 전의 몸으로 되돌아감으로써 그 18년간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 그것이 <18어게인>이 전해준 따뜻함의 실체였다.

<18어게인>은 18년 전으로 몸이 되돌아간다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가족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어쩌다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이 되어 살아가게 되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소중함을 잊고 소원해지기도 하는 가족.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가족의 의미를 이 드라마는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