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이도현의 단단한 연기, 멜로부터 시대적 공기까지
‘오월의 청춘’, 청춘 멜로에 깃든 80년 광주의 무게

[엔터미디어=정덕현] 달달한 청춘 멜로? KBS 새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그런 풋풋함이 있다. 5월이라는 푸릇푸릇 녹음이 짙어지는 시기는 청춘들에게 푸르른 날들이어야 마땅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19805월 그리고 광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푸르러야 할 청춘들이 총칼 앞에 피 흘리며 스러졌던 비극의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오월의 청춘>은 그래서 서울대 의대생 황희태(이도현)과 독일 유학을 꿈꾸는 간호사 김명희(고민시)가 운명처럼 만나 설레게 되는 그 순간을 첫 회에 그렸지만, 그 밑그림에 존재하는 비극의 전조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이들의 청춘 멜로가 달달하다기보다는 절절하게 느껴지는 건, 이제 곧 벌어질 5월 광주의 비극적 풍경들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어서다.

드라마는 이미 그 전조를 깔아 놓았다. 황희태는 보안부대 대공수사과장 황기남(오만석)의 아들(기남의 혼외자식)이고, 김명희의 아버지 김현철(김원해)은 어딘가 과거에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인물이다. 황기남과의 맞선 자리에 김명희를 대신 내보낸 그의 절친 이수련(금새록)이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운동권 대학생이라는 점은 이들 청춘들의 운명이 805월 광주의 비극 속으로 빨려들어갈 거라는 걸 말해준다.

황희태와 김명희가 각각 의대생과 간호사라는 점 역시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를 예고한다. 여기에 대학생이지만 강제로 입대되어 계엄군으로서 대학생들을 진압하게 될 김경수(권영찬) 같은 인물 역시 이 시대의 비극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월의 청춘>은 그저 달달할 수만은 없는 당시의 만만찮은 무게감을 안고 시작한다.

80년대라는 풍경은 복고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손 편지를 쓰거나 통기타를 치고 생맥주를 마시는 당대의 문화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어떤 감성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복고 패션과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그렇고, 어딘지 가난한 서민들이 꿈꾸는 성공에 대한 욕망과 부자들의 허세까지도 지금은 사라진 어떤 감성을 자극한다.

지금의 청춘 세대가 겪어보지 않은 당대의 감성을 연기로 전한다는 건 그래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황희태 역할을 연기하는 이도현은 확실히 멜로에서부터 당대의 시대적 아픔까지 머금은 이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젊은 배우치고는 단단한 느낌을 주는 이도현의 연기는 80년대 청춘들의 그 젊은 나이이기에 갖는 치기어린 모습과 더불어 다소 진중한 면모까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과연 <오월의 청춘>은 그 푸르렀어야 할 청춘들 앞에 놓인 무거운 그림자들을 어떻게 균형있게 그려낼까.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이들 청춘들을 통해 전해지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지탱해주고 버텨내게 해준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들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꿴 느낌이다. 특히 지상파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도현이라는 배우의 신인답지 않은 연기가 상대역인 고민시와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당대의 풍경을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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