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기대 높았던 ‘멜랑꼴리아’, 바닥까지 추락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게 내 맘대로 안 되면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야 되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를 만나면, 미치도록 풀고 싶으면.” 설마 진짜로 선생님과 제자 간의 사랑을 그리려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에서 지윤수(임수정) 선생님에게 달려와 그렇게 말하는 수학천재 학생 백승유(이도현)의 눈빛과 말,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백승유는 이것을 수학에 빗대 표현하고 있다. 지윤수 선생님이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에 지나치게 사랑에 빠지지 말라 말했던 그 말을 되돌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것. 성예린(우다비)이 자전거 브레이크선을 잘라놓아 사고를 당했을 때도 백승유는 지윤수 선생님을 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또 다음 날 아침 등굣길에 선생님을 위해 자전거를 준비하기도 했다.

백승유의 마음이 선생님으로서 애정하는 마음인지 아니면 사제지간을 뛰어넘는 사랑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스캔들로 바라보는 드라마 속 다른 인물들처럼 시청자들도 어딘지 모를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사제지간의 정을 다루는 것이야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선을 넘어 멜로를 그리는 것이라면 그건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멜랑꼴리아>는 지윤수와 백승유의 관계를 스캔들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과 그래서 만들어진 위기 상황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기대한 건 그건 속물들의 시선일 뿐 실제로는 수학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에서 사제지간의 정과 소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이들을 잡아내는 장면들이 ‘멜로의 클리셰’로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불편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정에서 처음 백승유를 만났을 때 지윤수 선생님이 살짝 허리를 숙여 내려다보는 엔딩 장면은 순정만화 같은 느낌을 줬고, 제주도 공항에서 살짝 잠이 든 지윤수 선생님이 백승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장면이나, 다쳐서 업고 뛰는 장면, 또 빗속을 걸어와 지윤수 선생님의 우산 속으로 들어와 수학에 빗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등등은 멜로의 전형적인 클리셰들이 아닌가.

이런 불안감과 불편함은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첫 회 3.6%(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계속 추락해 1%대로 떨어졌다. 임수정과 이도현이라는 캐스팅이 가진 힘이 작용한 면이 분명히 있지만, 애초 적어도 <굿 윌 헌팅>이나 <뷰티플 마인드> 같은 이야기를 바랐던 시청자들은 전형적인 멜로의 구도에 <SKY캐슬>, <펜트하우스>에서 봤던 비정상적인 사교육 학원물의 색깔이 더해진 드라마의 흐름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멜랑꼴리아>가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 멜로라기보다는 수학을 경쟁의 지표로 보는 속물적인 세상과 아름다운 세계로 바라보는 이들의 대결구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그려가는 과정에서 사제지간의 선을 넘는 멜로의 클리셰들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멜로가 아닌 ‘휴먼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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