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사제멜로 끝 복수극 시작 그 결과

[엔터미디어=정덕현] 멜로인 줄 알았는데 복수극으로 가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의 장르가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4년 전 아성고 수학교사와 수학천재로 만났던 지윤수(임수정)와 백승유(이도현). 수학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백승유가 지윤수에 대한 마음이 깊어졌고, 시험지 유출 비리가 밝혀질 위기에 놓인 노정아(진경)는 이들을 스캔들로 엮어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지윤수는 학생과의 스캔들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학교를 떠나야했고, 백승유는 학교를 그만둔 후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4년 만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루치펠상을 받고 수학예술영재학교로 전환된 아성고의 수학교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4년이 지윤수도 또 백승유도 복수의 칼날을 벼리던 시간들이었다. 지윤수는 ‘수학 클리닉’에서 정체를 숨긴 채 아이들의 개인지도로 힘을 축적하고 있었고, 백승유는 아성고 수학교사로 들어와 남몰래 그 안의 비리들을 하나하나 폭로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4년 동안 지윤수의 눈빛은 달라졌다. 더 이상 백승유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사가 아니었다. 다가오는 그에게 선을 긋고, “너는 네 인생 살라”며 복수는 자신이 할 것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4년 전 사제 간의 금기를 넘는 아슬아슬한 멜로의 감정들까지 피어나던 그 시절의 얼굴이 더 이상 아니었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차가워진 눈빛으로 돌아온 지윤수와 그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성고 노정아와 그와 결탁된 인물들을 향해 조금씩 벌이고 있는 복수극에 시청률이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 회 3.6%(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그 후 뚝뚝 떨어져 심지어 1%대까지 추락했지만 복수극으로 전환되면서 3.1%로 시청률이 회복되었다.

이것은 극 초반에 지윤수와 백승유 간에 펼쳐지던 ‘사제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편함이 4년 후 복수극으로 방향을 틀면서 생겨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멜로는 끝난 게 아니고 현재진행형이지만, 4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백승유가 학생이 아닌 성인이 된 점은 ‘사제멜로’의 불편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게다가 백승유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천재적인 수학능력을 통해 빠른 성장을 한 후 수학교사로 부임한다는 설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도 공감되는 면이 있다. 그 하나는 여전히 지윤수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어 더 빨리 성장하고픈 욕망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년 전 겪은 그 일들에 대한 복수하고픈 욕망 또한 컸다는 사실이 그렇다.

<멜랑꼴리아>는 그래서 아성고라는 학교 재단의 갖가지 특혜와 비리들을 폭로하고 이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려는 복수극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선을 긋고 밀어내는 지윤수에게 직진하는 백승유의 멜로가 등장하지만, 그보다 노정아와의 대결구도가 더 선명하게 전면에 펼쳐지고 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복수극의 틀로 들어오면서 애초 <멜랑꼴리아>가 가져온 가장 독특한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을 통해 삶을 은유하는 그 지점들이 퇴색되고 희석되고 있는 느낌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과한 방향전환이 뻔한 복수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멜로와 복수극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동시에 수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이질적인 장르를 은유하는 일은 어려운 일일까. 사랑도 정의도 같이 풀어낼 수 있는 이 드라마만의 방정식이 필요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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