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임수정·이도현에 대한 기대 너무 컸던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이제 종영까지 2회 분량만 남기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는 어딘지 통속극이 된 느낌이다. 시작은 달랐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수학으로부터 멀어져 자포자기한 듯 살아가는 백승유(이도현)라는 수학천재와, 그런 그에게 다시 수학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준 수학선생님 지윤수(임수정)가 보여주는 사제 간의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를 기대하게 했다.

실로 두 사람이 밤새 수학문제를 풀면서 함께 느끼는 행복은, 그것을 스캔들로 바라보는 이들과 대비되며 드라마를 순수와 속물 사이의 대결구도로 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수학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기도 했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으로서의 수학은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지만, 점수만을 따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속물들에게 수학은 범죄와 편법 같은 타락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드러내는 지윤수와 백승유의 사제관계는, 시험지 유출 같은 범죄행위도 마다치 않고 심지어 정·관계의 힘까지 결탁해 학교를 특혜의 온상으로 만들어온 노정아(진경), 성민준(장현성) 의원 같은 진짜 불륜 관계와 대비됐다. 이 대결구도는 분명 흥미로운 면이 있었고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스캔들이 결국 터지고 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누명을 쓴 채 지윤수와 백승유가 둘다 학교를 떠나고 4년 후의 상황으로 돌아오면서 드라마는 그 색깔이 바뀌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수학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흐릿해진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국 수학이라는 소재 대신 <멜랑꼴리아>는 범죄의 진실을 다소 상투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통속극의 색깔을 띠게 됐다. 4년 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증거를 찾는 지윤수와 백승유가 등장하고, 그럴 때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노정아의 반격이 이어진다. 여기에 재단 이사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노연우(오혜원)와 지윤수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류성재(최대훈)가 변수로 등장해 사건을 만들어간다.

다소 뻔한 멜로 구도까지 더해진 어른들 때문에 힘겨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백승유를 짝사랑하는 성예린(우다비)은 자신의 현재를 만든 갖가지 과거의 부정행위들로 힘들어하고, 노정아의 딸 김지나(김지영) 역시 부정행위를 숨기기 위해 최시안(신수연)을 의식 불명이 되게 만든다.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부모가 지은 죄로 인해 아이들도 죄를 저지르며 그 진실을 파헤치는 백승유와 지윤수의 이야기는 너무 뻔한 통속극의 패턴에 빠져버렸다. 어떤 부분에서는 심지어 <펜트하우스> 같은 통속극의 잔상마저 느껴진다. 수학문제를 풀 듯 현실의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멜랑꼴리아>가 내세운 이야기의 틀이지만, 그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뻔하고 그래서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일이 됐다. 애초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삶의 문제를 수학으로 은유해 풀어내는 휴먼드라마의 색깔은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지윤수와 백승유를 연기하는 임수정과 이도현의 매력도 잘 드러나지 않게 됐다. 따뜻한 시선을 던지던 지윤수는 복수를 위해 냉정해진 얼굴로 변모했고, 순수해 보였던 백승유 역시 어딘지 현실을 모르는 미숙한 인물처럼 행동하게 됨으로써, 이 달라진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매력 또한 상당 부분 가려지게 됐다.

수학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져와 나쁘지 않은 이야기 구도를 초반 펼쳐 놓고도 <멜랑꼴리아>가 그만한 성취를 거두지 못한 건 너무 쉽고 뻔한 문제와 해답지를 제시해서다. 첫 회 최고 시청률 3.6%를 지금껏 넘지 못하는 건 이런 쉬운 선택이 만든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낼 수는 없었을까. 스캔들 같은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시선과 싸우겠다는 대결구도를 내세운 드라마가, 너무 뻔한 통속극의 흐름을 따라가게 됐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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