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청춘멜로의 설렘에 녹여낸 5.18 광주의 참상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드라마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방영해 더 많은 외국인들이 1980년 광주 5.18의 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온 이런 반응들은 이 드라마가 가진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다. 제목만 보면 대학 축제가 벌어지는 오월의 청춘들이 보여주는 설렘 가득한 멜로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그 설렘 내내 불안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던 건 그 5월이 80년 광주라는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고, 그 청춘이 당시 꽃다운 나이에 무참히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힌 희생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청춘멜로의 풋풋한 남녀 등장인물들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몰입하면 할수록 불안감과 안타까움을 더해줬다. 이제 곧 벌어질 5.18의 비극 앞에 혹여나 피 흘릴 지도 모를 불안감이고, 지켜주고픈 이들을 지켜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2021년에 발굴된 유골의 정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그 유골과 함께 나온 회중시계를 당시 누가 갖고 있었는가는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그 시계는 김명희(고민시)의 아버지 김현철(김원해)이 딸에게 전해달라며 황희태(이도현)에게 주어졌고, 황희태는 김명희와 그의 동생을 찾으러 나섰다 갈림길에서 그 시계를 김명희에게 줬다. 시계는 김명희에게서 다시 동생으로 동생에게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희태의 친구 김경수(권영찬)로 그리고 다시 총을 맞고 쓰러진 김명희의 손에 쥐어졌다. 결국 그 유골의 정체는 황희태가 그토록 사랑했던 김명희라는 게 밝혀졌다.

굳이 마지막 순간에 회중시계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그 사람들이 혹여나 유골의 정체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 건, 5.18 광주의 참상을 더 생생하게 전하기 위함이었을 게다. 시계가 옮겨질 때마다 그 사람이 유골의 주인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광주 5.18의 희생자가 누구나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았던 것.

이것은 <오월의 청춘>이 5.18 광주를 담으면서 청춘멜로라는 장르적 틀을 더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청춘멜로는 그 어떤 장르보다 그 청춘남녀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이 가능한 장르다. 게다가 그 풋풋함과 설렘 등은 향후 이들에게 벌어질 비극과의 극적인 대비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지목하는 건 그 평화롭게 초록으로 빛나던 광주의 청춘들을 하루아침에 핏빛으로 물들게 만든 신군부라는 괴물이다. 드라마에서 그 괴물은 황희태의 아버지 황기남(오만석)으로 표현되었지만, 진짜 괴물은 당시 권력욕으로 이런 지시를 내린 자들이 아닐 수 없다.

계엄군으로 투입되어 고향 광주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들어야 했던 경수가 2021년에도 마치 자신을 벌주듯 노숙자로 살아가는 모습은 저들 괴물이 만들어낸 비극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게다가 드라마 마지막 회에 등장한 ‘5.18은 간첩의 소행’이라는 플래카드는 광주 시민들에게 여전히 가해지는 2차 가해의 현실을 드러낸다. 그 플래카드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황희태의 말이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일 정도로.

이 드라마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도 많이 봤으면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건, 이런 일이 과거의 일이나 우리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와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총칼 앞에 스러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2021년에 보고 있지 않은가. 거기 스러진 사람들 역시 한 때는 평화롭게 보통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꿈꾸며 살던 사람들이었을 게다. <오월의 청춘>이 보여줬던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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